보수화로 '과거법'싸고 긴장-하시모토 내각출범과 韓日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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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닻을 올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정권은 한마디로 말해 선거관리 정권이다.올해중 실시될 총선거 준비가 발등의 불이다.따라서 대외관계 보다는 아무래도 내정과 국민여론에 더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에 앞서 정권의 3대 과제로 미일관계 안정.경기회복.금융불안 해소를 들었다.방위청장관 출신의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를 외상에 임명한 것도 미일관계 해소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하시모토정권의 한반도정책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하시모토의 보수우익적 성향으로 미뤄보아 소리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올해의 한-일관계가 지난해처럼 망언파동으로 날이 새고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를 전후해 조성된 한-일관계의 불협화음이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신임 이케 다 외상의 우리나라 방문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일본 연립여당은 「역사의 교훈과 반성에서 배워 평화와 번영을 지향한다」는 반성의 뜻이 빠져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자민당의 강력한 입김이 먹혀든 탓이다.
어쨌든 하시모토 총리의 성향과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하시모토 정권과 우리나라의 김영삼(金泳三)정권 사이에는 긴장상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북한과는 하시모토 재임중 본격적인 수교교섭에 들어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연립여당의 정책합의문도 「대북한 수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는데다 신임 이케다외상이 북-일관계개선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케다외상은 90년 9월 가네마루 신(金丸信)전 자민당 부총재가 이끈 방북단의 일원으로 방북,북-일 수교 3원칙을 이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북한의 대일본 접촉창구가 이미 자민당으로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자민당 총리정권의 등장은 오히려 북-일 접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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