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씨 "결혼 축의금 30명이 16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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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의금 중 16억원은 30명이 낸 것이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40)씨 측이 167억원어치 채권의 출처가 결혼 축의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재판에서다.

재용씨는 2000년 12월 외할아버지 이규동(2001년 9월 사망)씨가 관리하던 액면가 167억여원(시가 141억원) 상당의 국민주택 채권을 받으면서 증여세 73억4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용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당시 결혼축의금으로 받은 18억3000만원 중 16억원은 출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그 증거로 축의금을 냈다는 30명에게서 받은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용씨 주장대로라면 한 사람당 평균 5300만원씩 결혼 축의금을 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재용씨가 아버지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외할아버지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변호인단의 증거 채택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재용씨 측은 全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와 고교 후배 노희찬씨 등 확인서에 포함된 4명을 다음 재판에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용씨는 이날 재판에서 "23세이던 1987년 12월 청와대에서 박태준 포철 회장의 막내딸과 결혼할 당시 하객들이 거의 없었고, 아버지도 축의금을 일절 못 받게 해 지인들이 어쩔 수 없이 외할아버지에게 축의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외할아버지가 결혼축의금에 1억7000만원을 보태 20억원이 들어있는 가.차명 통장 4개를 축의금이라며 주셔서 어머니와 상의했다"면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시면 화를 내실 테지만 이왕 받은 것이니 네가 알아서 써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재용씨는 "88년 1월 통장을 외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떠났고, 2000년 말 사업자금이 필요해 말씀드리니 167억여원 상당으로 늘어나 있었다"면서 "돈이 불어난 구체적인 과정은 모른다"고 주장했다. "돈을 실명으로 관리하면 아버지 돈으로 의심받을 것 같아 가.차명 계좌를 이용했다"고 했다.

증여세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채권 중 얼마가 축의금이고, 얼마가 증여액인 줄 몰라 세금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28일 오후 2시.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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