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V로 복귀하는 백지연의 궁금했던 시크릿 라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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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군살 하나 없는 몸매와 완벽한 메이크업, 여기에 특유의 당당한 목소리와 말투까지. 어느덧 40대 중반으로 접어든 백지연이지만, 세월이 묻어나는 둥글둥글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이 듦에 대해서도 능력을 갖추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자신 있다는 태도다. 그녀만의 이런 꼿꼿한 성격과 나이를 초월한 에너지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라디오 진행자와 ‘PJY 스피치 코리아’ 대표로 일하는 백지연이 오랜만에 TV로 복귀했다. 그녀는 케이블 TV ‘ 올리브’ 채널의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아나운서 편’ 과 ‘끝장토론’M C를 맡았다. 벌여 놓은 일만으로도 스케줄이 빡빡할 텐데 어지간한 일 욕심이다.

프로그램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백지연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어떤 질문이든 철저, 혹독, 직업의식, 책임감 같은‘센’단어를 사용해 열정적으로 답했다. 인터뷰 중에도 백지 연은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반박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않고 전투적 으로 묻는다. 사진 촬영 때는 더 까다롭다. 얘기 도중 물을 마시거나 메이크업 손질을 위해 거울을 볼 때,“ 이런 건 절대 찍지 마세요”라고 요구한다. 이날도 백지연은 그녀만의 ’대쪽‘ 스타일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방송 생활 20년째를 맞고 있는 백지연. 그녀는 요즘도 방송국 입사 시절과 마찬가지로 새
벽 5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5시에 기상해서 6시에 방송국에 도착합니다. 7시 15분에 시작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백지연의 SBS 전망대’ 를 진행하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사를 분석하고 치열하게 준비하죠. 주변에서는 저 정도 되면 그렇게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들 하는데, 저는 하나라도 더 많은 자료를 보고 철저하게 질문을 준비해요. 제 성격 탓인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은 이처럼 완벽주의자로 사는 백지연에게 자주 묻는다. 그렇게 빡빡하게 살면 피곤하지 않냐고. 하지만 그녀의 철저함은 타고난 구석이 있다. 그녀가 밝힌 초등학교 시절 일화 속에서 궁금했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책 읽을 때는 눈과 책 사이를 30㎝ 정도 간격을 두라고 하셨어요.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30cm를 자로 쟀어요(웃음). 방송국에 입사하고 새벽에 출근할 때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신호등 한 번 어긴 적이 없어요. 그냥 갈 만한데도 스스로 '안 된다' 자제해요. 제가 봐도 참 고지식한 면이 있는데 타고난 성격 같아요.”

능력 있는 후배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

최근 백지연은 자신의 이름을 건 새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새롭게 시작한 방송 얘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백지연은 5월 중순부터‘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에서 기획부터 제작, 그리고 심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은 8주 동안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통해 아나운서를 직접 뽑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지원자들은 매주 한 명씩 탈락되며 최종 우승자 한 명은 CJ 미디어 입사와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제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당시, 방송에 대해 저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선배가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만약에 저에게 멘토 같은 선배가 있었다면 방송 생활이 훨씬 더 수월했을지 몰라요. 제가 이 방송을 하겠다고 수락한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고 싶어서였어요.”

백지연은 새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교육 기간 동안 지원자들을 혹독하게 가르칠 예정이다. 아나운서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외모나 학벌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직업 정신이기 때문이다.

“앵커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셀러브리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철저한 직업인이에요.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목소리가 좋은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엔 면접도 흰 셔츠와 청바지, 노메이크업 상태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과연 어떤 사람이 방송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할 겁니다.”

이제껏 해왔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성격인데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지만 그녀는 부담을 느끼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뿐이다. “제가 했던 모든 프로그램에는 항상 제 이름이 붙었어요. 백지연의‘백야’, 백지연의‘라디오 정보센터’, 백지연의‘뉴스 큐’도 그랬고…. 그래서 타이틀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다만 저를 신뢰하고 프로그램을 맡긴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제 방송을 보는 분들은 백지연에게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 그런 기대를 저버릴 수 없으니까요.”

그녀는 최근‘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녀는 이런 경향에 대해 조건부 긍정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저는 본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나운서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
질 수 있다면 다양한 시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 분야로의 도전은 각자 선택할 문제라고 봅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 흔한 ‘나잇살’ 하나 붙지 않은 백지연의 몸매와 외모. 그녀가 얼마나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는지 겉모습만으로 금세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면 백지연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의 커리어는 뉴스 앵커의 길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이미지에 책임을 지는 것은 그녀에겐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 흔한‘나잇살’하나 붙지 않은 그녀의 몸매와 외모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제가 방송 생활 한 지도 벌써 20년 되었잖아요. 제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해주겠어요.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은 제 신념과 저 자신을 지키는 투쟁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일 외엔 초등학생 아들과 시간 보내는 것이 원칙

인터뷰가 후반에 다다를 무렵, 지난해 영화 ‘그놈 목소리’제작보고회 때 백지연의 눈물을 본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영화는‘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행사 진행자였던 백지연은 사건 발생 당시의 자료 화면과 메이킹 필름을 보는 동안 어두워진 조명 아래서 눈물을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공식 석상의 진행자에서 아들을 기르는 엄마 입장으로 돌아갔던 그녀의 눈물과 슬픈 표정은 뜻밖의 것이었다.

천하의 백지연 역시 초등학교 아들에게만큼은 한없이 애틋한 모정이다. 새벽에 출근하느라 아들 등교를 챙겨주지 못하는 엄마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시간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아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많죠.”

백지연은 여느 엄마들처럼 항상 머릿속 반은 일로 차 있고 반은 아이로 꽉 차 있다. 아무리바빠도 아들과 통화하는 걸 잊지 않는 건 항상 머릿 속에 아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 일 이외의 시간은 늘 아들과 보내는 것이 그녀의 원칙이다.

“일 외의 시간은 아들과 보내요.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만큼은 엄마로서 단호해집니다.”

그동안 그녀는 방송뿐 아니라 책도 3권 썼는데, 육아에 관한 내용으로 책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섭외가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똑부러 지게 아들을 키우는 그녀만의 노하우를 책으로 엮으면‘대박’이 확실하다고 여기저기서 그녀를 꼬인다. 하지만 백지연은 계속 고사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바쁜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공식 석상이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아들 키우는 얘기며 남편과의 관계 등 개인적인 얘기를 훌훌 털어놓는 법이 없다. 다만 집에서 밖에서만큼 최선을 다한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밖에서도 책임감 있게 일하는 사람은 집에서도 그 책임감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정도 대답이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자리든‘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한다’ 는 백지연의 얘기가 살짝 얄밉게 느껴지지만, 구구절절 얘기를 듣지 않아도 백지연이라면 집에서도 철두철미할 것 같았다.

성경 구절 중 잠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자자, 조금만 더 늦자 하면 가난이 도적떼처럼 몰려온다.”백지연은 이 구절을 인생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스스로 느슨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성경 구절을 되새기며 자신을 독려한다.

솔직히 말해, 예나 지금이나 백지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백지연이 가진 쌀쌀맞음은‘훈남’‘훈풍’이 대세인 요즘 시대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그녀가 가진 프로 근성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는 사실이다. 백지연은 나이가 들어도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 초등학교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서도 흔들림 없이 말이다.

취재_모은희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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