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문화] '나비부인' 속편 일본서 막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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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나비부인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주니어 나비부인’이 초연됐다. 사진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 ‘나비부인’에 출연한 소프라노 다스카 야마자키 민나.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는 스즈키, 뜰에 나타난 미국 여성(케이트 핑커톤),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안절부절 못하는 미국 영사 샤플리스…. 나비부인은 모든 사실을 알아챈다. 자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미국 여성과 결혼한 핑커톤이 나가사키에 돌아온 것은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라는 것을. 결국 그는 병풍 뒤에서 단검으로 자결하고 만다. 올해 초연 100주년을 맞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이다.

나비부인이 최후를 맞는 순간 천진난만하게 성조기를 흔들던 아들 '돌로레(고통이라는 뜻)'. 그를 주인공으로 한 '나비부인'의 속편이 6~10일 일본 도쿄분카카이칸(東京文化會館)에서 초연 중이다.

*** 전편 초연 100주년 맞아 공연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62)가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작곡한 3막짜리 오페라다. 제목은 '주니어 버터플라이'. 영화나 소설이라면 모를까 오페라에선 속편이란 매우 낯선 단어다. 더욱이 세계적인 명작으로 손꼽히는 '나비부인'임에랴.

사에구사는 1946년 일본 주재 연합사령부의 노동정책 자문위원으로 일본을 방문한 헬렌 미어스가 쓴 '아메리카의 거울:일본'(1948)과 함께 '나비부인'의 원작자인 미국 작가 존 루터 롱이 쓴 속편에서 힌트를 얻었다. 여기서 나비부인은 자결에 실패한 뒤 하녀 스즈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43)가 대본을 쓴 '주니어 버터플라이'의 줄거리는 나비부인의 증손자 얘기를 다룬 작가 자신의 3부작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태평양전쟁 중 미국 정보부 요원으로 고베(神戶)에 온 주인공은 나오미라는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적대 관계의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공연엔 일본의 유명 성악가가 대거 출연했다. 테너 사노 시게히로(佐野成宏)가 주인공을 맡았고 소프라노 사토 시노부(佐藤しのぶ)가 나오미 역, 메조소프라노 사카모토 아케미(坂本明美)가 스즈키 역으로 나온다. 오토모 나오토가 도쿄 심포니를 지휘한다. 또 이탈리아 출신의 다니엘레 아바도(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아들), 잔니 카를루치오, 나나 체키가 각각 연출과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작곡자는 연출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극의 전개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시낭송을 삽입했다. '나비부인'과의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나비부인의 자결 장면에 흐르는 관현악을 전주곡처럼 사용했다. 사에구사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푸치니 오페라의 피날레 장면은 으뜸음(도)이 아닌 딸림음(솔)을 사용해 마치 오페라가 끝나지 않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 초초상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사에구사 시게아키=도쿄예대 작곡과 졸업. 교향곡.오페라에서부터 영화.TV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오페라 '주신구라(忠臣藏.1997)'는 29개국에서 CD로 발매될 정도로 인기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에서 해설.지휘를 맡아왔고 미야기(宮城)현 시로이시(白石) 콘서트홀'큐브'의 음악감독, 도쿄예대 초빙 교수로 있다.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얘기를 다룬 오페라를 작곡 중이다. 역시 시마다에게 대본을 위촉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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