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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10代 모방자살 왜 일어나나-전문가 진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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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잇따른 인기가수의 사망에 충격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의 사례를 보며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맹목적 동경의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된 자아의 상실감에서 찾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원호택(元鎬澤)교수는 『인기가수.운동선수등을선택,그 대상에 맞춰 행동하고 사고하려는 동일시의 경향은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나타난다』며 『환상속에서 스스로 창조한 영웅이 죽자 이를 파괴적 행동으로 연결 시킨 극단적 사례』라고 말했다.
「청소년 대화의 광장」(원장 朴性洙)이 지난해 발표한 「오빠부대,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중21.6%가 10대 스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냥 좋다,쳐다만봐도 좋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에 대한 단순한 동경 차원을 넘어 이러한 극단적 현상이 빚어지는 계기는 무엇인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이시형(李時炯)박사는 『생활주변에서 정서적 공감대를 발견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친숙한스타들을 매일 접하거나 공연장을 찾아 고립감을 해소하려 한다』며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들의 희로애락으로 연결되며 스타를 지배,소유하고 있다는 환상이 깨지는 순간 「죽음에 대한 본능」이 피어오른다』고 말했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빠부대」의 광적인행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일본의 경우 86년 4월 10대들의 우상이었던 인기여가수 오카다유키코(18)가 실연을 비관,건물에서 투신자살하자 그 이후 2주동안 무려 31명의 소년.소녀들이 고층빌딩에서 잇따라 투신자살했다.열병과같은 청소년기의 열정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청소년들의 입장에 서서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S 교양프로그램인 「어른들은 몰라요」를 맡고 있는 김학순(金學舜.35)PD는 『과다한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스타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며 짜증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려 한다』며 『무엇보다 부족한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청소년대화의 광장」 김동일(金東一)상담 조교수,수서중학교손경순(孫庚純)교사는 『가정.학교.사회환경등 여러분야에서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배려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가정에서는 부모들이 청소년기의 자녀들에게 지시및 간섭 위 주나 결론을미리 정해놓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대화법을 피하고 자녀가 스스로의 변화를 대화로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또 학교에서는 다양하고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 다는 지적이다.
[정리=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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