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덕 충북지사 자민련 탈당 배경.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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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순(趙淳)서울시장의 민주당탈당,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의 총선중립선언에 이어 주병덕(朱炳德)충북도지사가 10일 자민련탈당을 선언,가속화되고 있는 시.도지사들의 소속당 이탈과 4.11총선에서의 여진(餘震)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朱지사의 탈당으로 충청권에서 확실한 「녹색(자민련 당색)바람」을 몰아치려던 자민련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아성(牙城)인 충북도의 「총수」가 이탈함으로써 충청권 석권을 노리던자민련으로서는 뼈아픈 손해가 아닐 수 없다는 ■ 숭숭한 분위기가 자민련 당내에 파다하다.
朱지사가 탈당하자 자민련은 신속하게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의 공작』이라는등 술렁거리기 시작했다.구창림(具昌林)대변인은 『朱지사의 탈당은 본인의 참 의사와는 관계없이 여권의 집요한 회유 결과』라고 정부.여당에 탈당책임을 전가한뒤 『朱지사의 이탈은 지방자치제와 정당정치의 기본질서및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다른 당직자들도 『우리당 공천으로 도지사에 당선됐는데….150만 충북도민에 대한 배신행위』(尹炳浩부대변인)라며 흥분하기까지 했다.
朱지사의 탈당배경에는 몇가지가 대두된다.우선 이번 총선을 위한 조직책 선정과정에서 당지도부와 朱지사간의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자민련은 10일 당무회의에서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이종근(李鐘根)의원 지역구인 충주-중원 조직책으로 김선길(金善吉)전중소기업은행장을 확정했다.그런데 朱지사는 이 지역에 충주시장을 지내고 현재 도청국장인 李모씨를 상당히 밀었다는 것이다.
또 있다.청주흥덕구(옛 청주을) 조직책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다.김종필(金鍾泌)총재는 오용운(吳龍雲)전의원의 공천을 희망한반면 朱지사는 지방선거때 자신의 선대본부장을 역임했던 신광성(申光成)현위원장을 바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조직책 선정과정에서 朱지사는 지난6일 신년인사를 겸해청구동 金총재집을 방문,자신이 바라는 인사들의 공천문제를 숙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에 대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총선기획단장인 강창희(姜昌熙.대전중구)의원은 『朱지사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는 당찬 성격』이라면서 『그의 이같은 스타일로 볼 때 조직책 인선같은 사소한 문 제로 탈당할사람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여권의 음해성격이 짙다며 정부.여당에 의심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한 충청권 의원은 『청주상당구에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가 출마하는데 여권에서는 자신들이 불리한 지역에 출마하는 洪전부총리의 당선을 위해 온갖 분위기를 만들 고 있다』며간접적으로 여당의 음해공작임을 내비쳤다.
한 당직자는 『朱지사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민주산악회 회원출신』이라면서 『이는 지난 6.27 지방선거 때도 약간의 문제가 됐던 사안』이라며 朱지사가 친YS(金대통령)인사임을 은근슬쩍 내비쳤다.
어쨌든 자민련내에는 총선에서 대전,충남.북 싹쓸이라는 당초 목표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게다가 대전.충남은 몰라도 충북은 김종필총재의 권역에서 약간 비켜서있는 전통 여권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곳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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