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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파워 돌풍-기관사.청원경찰 이어 항해사 곧 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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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묵직한 중저음의 남성 114전화번호 안내원,가냘퍼 보이는 몸매지만 허리에 찬 권총과 빛나는 눈매가 위압적인 여성 청원경찰,시민의 발인 지하철 전동차를 앞에서 끄는 여성 기관사,외항선박의 여성 마도로스….
직업과 관련된 성(性)의 한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5일 안성숙(23)씨가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를 끌게 된 사실은 그동안 단단하기만 하던 금녀(禁女)의 벽이여성들의 직업을 향한 투지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현재 서울시지하철 1호선과 4호선에는 노 현정(25)씨등 3명의 여성차장이 기관사를 목표로 근무하고 있어 조만간 여성기관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오는 2월 해양대를 졸업하는 정현희(22)씨등 5명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외항선을 타고 항해사.기관사로 일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업계에서는 웬만한 남자도 극복하기 힘든 장기간의 항해를 여성이 견딜 수 있는가를두고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아울러 시계수리.구두수선.정육코너등 전통적인 남성 기능분야에도 여성진출이 두드러진다.
쁘렝땅백화점 시계코너의 정지송(27)씨는 『배터리 교환은 물론 본사에 보낼만큼 큰 고장이 아니면 직접 처리해준다』면서 『기술이나 수리는 남성들 차지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처음엔 신기해했는데 실력을 인정받고부터는 오히려 더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구두코너에도 여성이 배치돼 구두를 고를 때부터 굽갈이와 볼 넓히는 일들을 처리,호평받고 있다.
대구 동아백화점은 위생과 부위별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정육기사에 여성을 고용하고 있다.백화점 신용판매과 연체팀에도 여성이 등장,밀린 돈을 받아내는 껄끄러운 사안을 매끄럽고 부드럽게처리하고 있다.94년 1월 입사한 쁘렝땅백화점 연체팀 유길희(51)씨는 『연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탓에 같은 여성으로서 훨씬 유리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신한.외환은행은 지난해부터 여성 청원경찰을 채용,돈을 찾아가는 고객을 보호하고 있다.이들 은행은 경비는 확실하면서도 이미지가 부드럽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 청원경찰 이금아(27)씨는 『절도.날치기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항상 긴장한채 빈틈없는 경비에 전념해야 하지만 여자는 안된다는 논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한편 여성의 고유 영역이던 전화교환원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한국통신이 18명의 남성을 채용해 화제가 됐다.이미 미용사와 패션 디자이너 분야에 이어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남성들이 맹활약중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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