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성공 열쇠 쥔 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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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창회의 성공 여부는 총무 손에 달렸다’.

어느 동창회건 회장보다 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업무 처리와 자산관리 외에도 회원 연락, 모임 장소 섭외, 초청장 만들기 등이 모두 총무의 일이다. 잘되는 동창회에는 예외 없이 헌신적인 총무가 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총무를 맡을까. 먼저 폭넓은 인맥을 중시하는 보험·은행·상조·부동산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헌신하고 시간 투자를 하는 만큼 본인의 업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희중 23회 동창회 총무인 최광춘(50·ING생명 잠실지점)씨는 “보험이나 은행원은 사람을 만나고 연락하는 게 주 업무다. 동창회 일을 하면서 신뢰를 쌓다 보면 업무와 연결되기도 한다”며 “동창들에게 연락하는 일도 일반 회사원들에 비해 힘들지 않은 편이다”고 말한다.

동창들의 사생활까지 두루 잘 아는 사람이 만장일치로 총무를 맡는 일도 많다. 졸업생이 40여 명인 강원 홍천고 4회 동창회 총무 김춘근(48·자영업)씨는 1학년 때부터 3년간 줄곧 반장을 맡았다. 그는 “40여 명의 아이들과 두루 친하고 이들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총무가 됐다”고 했다.리더십이 있고 앞장서길 좋아하는 사람 또한 총무 1순위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청해서 총무를 맡는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동창회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총무들에게 ‘동창회 활성화의 비법’을 물었다.

먼저 ‘동창들에 대해 많이 아는 것(마남일·51·전주 전라고 6회)’이 기본이다. 직업은 물론 취향, 개인적 근심, 학교 다닐 때의 일까지 기억해주면 첫 모임 참석을 꺼리던 친구도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일단 참석하고 나면 이후에도 참석할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는 ‘평소에도 회원들에게 자주 연락할 것(송유승·53·김해 진례중 15회)’. 모임을 코앞에 두고 참석 독려 전화만 돌리는 것보다는 평소에도 자주 안부를 묻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구심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 숭일고 25회 동창회 총무 최광희(51·동장)씨는 “구심점 없는 동창회 모임은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신 후 헤어지는 모임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 동창회는 10여 년 전부터 산악회를 만들어 1년에 12번 정기 산행을 간다.

모든 총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마지막 비법은 ‘돈·자식 자랑 피하기’. 학교를 졸업했을 때만 해도 출발은 비슷했지만 불혹을 넘기는 사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나오게 된다. 동창회 모임에서 누군가 ‘돈 많이 번 이야기’ ‘자식 좋은 대학 간 이야기’ 등을 꺼내면 동창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이렇게 한번 상처받은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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