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우주에서 힘들 땐 술 마시고 싶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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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0ㆍ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가 악성댓글에 상처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우주에 있는동안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규정상 그러지 못했다는 솔직한 일화도 공개했다. 19일 서울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65ㆍ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 박사와의 대담 자리에서다.

19일 인터넷의아버지 빈트 서프 구글부사장과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대담하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이소연은 인터넷의 익명성에 관해 빈트 박사와 대담을 나누던 중 “우주인이 된 다음 사람들이 악성댓글을 달아 상처를 받았다”며 “나는 괜찮아도 가족과 어머니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밝혔다. 또 “어머니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예쁜 딸인데 다른 사람들은 예쁘지 않다고 해서 어머니가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박사는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라는 빈트 박사의 질문에 “나는 낙천주의자이지만 우주인이 되기 전에는 가끔 다른 사람 흉도 보고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니 너무 아름다워 ‘어떻게 내가 저 곳에서 불평불만을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이었다면 아마도 화가 났을 거다.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에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이 그리 많다니…”라는 감상도 전했다.

“우주에 있는 동안 술 생각이 났던 때는 없었나”라는 중앙일보 독자 질문에 이소연은 “힘들 때는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마시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주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누구도 술을 마실 수 없다”고 덧붙였다. 빈트 박사가 “생리적으로 무중력에서 술을 마시면 어떤 현상이 발생생하나”라고 질문하자 이소연은 “아무도 우주에서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를 것”이라며 “미래에 우주에 호텔이 생기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편도 티켓만 들고 화성에 갈 기회가 생기면 가겠는가”라고 묻는 빈트 박사에게 이소연은 “물론”이라고 답했다. 물론 어머니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소연은 “우주에 가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지만 가족도 중요하다”며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딸이 걱정되고 만약 내가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내 딸이 화성에 편도로 간다면 말리겠지만 나는 어머니 입장이 아니고 딸의 입장이기 때문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빈트 서프 박사와 이소연 박사의 대담은 40살 비슷한 또래인 인터넷 탄생과 인류의 달 착륙을 기념해 중앙일보와 구글코리아가 공동 주최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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