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국내 폐광 … 광물값 올라 채산성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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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신예미 철광산의 갱내에 설치된 파쇄기가 철광석 덩어리를 잘게 부수고 있다. 부서진 광석은 파쇄기 밑에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로 갱 밖으로 운반된다. [사진=변선구 기자]

# 충북 괴산~옥천 120㎞ 구간을 ‘우라늄 벨트’라고 한다. 1970년대에 1억1000만t 가량의 우라늄 매장량이 확인됐다. 그러나 광석에 포함된 광물분포량(품위)은 0.035%에 불과하다. 당시엔 품위가 0.1% 이상 돼야 개발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지금까지 방치됐다. 이곳이 최근 광산업계의 새로운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원자재값 급등에 따라 채산성이 높아진 지역을 올해부터 정밀 탐사하기 시작했다.

# 강원도 정선의 신예미 철광산은 요즘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2000년 초 적자가 쌓여 1년간 휴광했던 이 광산은 올해부터 신규 투자와 탐사 계획이 빽빽이 잡혀 있다. 우선 철광석 생산규모를 연간 100만t(현재 40만t)으로 늘리기 위해 하반기엔 선광장 확장공사를 한다. 지하 350m까지 내려가는 갱도는 아스콘으로 포장할 계획이다.

자원 대란이 이어지면서 국내 광산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폐광이 문을 열고, 폐·휴광에 대한 재탐사가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 보조금을 줘가며 폐광을 유도했던 정부도 다시 광산을 여는 일을 지원하고 있다.

◇우라늄 확보하라=올해 정부의 광업정책 최우선 과제는 우라늄광산 개발이다. 우라늄은 국내 전력의 40%를 담당하는 원자력의 필수광물이지만 몽땅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전력은 보유했던 캐나다 우라늄 광산 지분부터 팔아치웠을 만큼 관심 밖이었다.

우라늄 가격오름세는 차치하고 2016년부터는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56%로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우라늄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하지만 해외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한화가 캐나다 크리이스트광산 탐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광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괴산 지역에서 670만t, 대전 지역에서 800만t의 우랴늄 매장량을 측정해냈다. 또 양평·공주·단양·오대산 지역 등 5곳에서 우라늄의 존재를 확인했다. 강천석 광진공 실장은 “한국은 투자재원이나 탐사·개발 기술이 떨어져 해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광산을 먼저 개발하며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여는 광산들=82년부터 폐광했던 경북 울진의 금음광산은 지난해 10월부터 합금원료인 몰리브덴을 캐내고 있다. 86년부터 휴광 중인 충북 제천의 GS몰랜드 광산도 올 10월부터 몰리브덴을 채굴할 예정이다.

채산성 악화로 문을 닫았던 광산들이 속속 문을 열거나 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 상동 중석광산은 캐나다계인 OTL이 재개발을 준비 중이다. OTL 한국지사 김완중 사장은 “선진 기술로 채굴할 경우 이 광산의 잠재가치는 60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86년 생산이 중단된 경북 봉화 가곡 광산(납·아연)도 올해 시추가 이뤄질 예정이다.

광진공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을 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휴광 및 폐광은 10군데 정도. 이외에도 34곳의 광산이 광진공에 시추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광진공은 2016년까지 800개 광구(524.2㎞)를 탐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도 개인 광산에 투자하거나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동·아연·몰리브덴·중석 광산을 새로 개발하면 10년간 1조1000억원어치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현재 국내 광산의 84%가 매출 10억원 미만으로 영세하다. 여기에다 환경규제가 강화돼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이건구 한국광업업회 전무는 “경제성을 높이려면 노천 채굴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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