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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승리는 달콤했지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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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26면

‘무릎팍 도사’는 아니지만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평하면 무르팍 스윙으로 볼 수 있다. 왼쪽 무릎을 빠르게 비틀면서 시작되는 그의 다운 스윙은 체인 효과를 일으키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낸다. 그러나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 게다가 우즈는 필요할 땐 왼쪽 무릎을 더 혹사한다. 그는 “20야드가 더 필요할 경우 왼쪽 무릎을 강하게 튕겨준다”고 그의 레슨 책 『골프 마이 웨이』에 썼다. 왼쪽 무릎이 성할 리가 없다.

2004년 우즈가 코치를 부치 하먼에서 행크 헤이니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무리 없는 스윙 이론을 펴는 코치로 바꾼 것이다.

그래도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가 헤이니에게 배우고 나서도 30년 가까이 해 오던 무릎 스윙은 별로 바뀐 것 같지 않다. 지난 5년간 세 차례 무릎 수술을 한 것도 그 때문이다. US오픈을 앞두고는 왼쪽 다리에 피로골절까지 겹쳤다고 한다.

17일 끝난 US오픈에서 그의 투혼은 놀라웠다. 7643야드라는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긴 코스에서 무려 91홀, 4만 야드의 마라톤 대회를 소화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미국 언론은 ‘역대 최고의 골프 대회’ 혹은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묵시록’이라는 극찬을 했다.

우즈는 이 우승으로 PGA 통산 65승을 기록해 통산 64승의 벤 호건을 넘었다.
공교롭게도 호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1949년 2월 부인과 자동차로 여행하다가 고속버스와 정면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자동차는 우그러졌고 엔진은 운전석까지 밀려 호건을 덮쳤다. 골프는 물론 다시 걷기도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사고 16개월 후 US오픈에 나가 우승하는 드라마를 썼다. 58년 전 호건은 우즈처럼 18홀 연장을 거쳤다.

절뚝거리며 연장 사투 끝에 US오픈에서 우승했다는 외면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약간 다르다. 호건의 경기 출전은 재활 과정이었다. 그러나 우즈의 출전은 부상을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우즈는 경기 후 “승리는 달콤하지만 이 우승컵의 득실을 따져 봐야겠다”고 말했다.

결국 우즈는 무리한 출전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우즈의 미래는 2009년에도 불확실할 수 있다.

우즈는 “의사들은 적절한 치료와 재활 과정을 거치면 다시 건강해질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헤이니도 “오랫동안 나쁜 무릎으로 버텨 왔다. 우즈의 무릎이 회복된다면 그가 예전보다 좋아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재활 기간 동안 골프 스윙의 발전만을 생각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사항을 말한 것일 수도 있다. 재연장까지 91개 홀을 돌며 얻은 US오픈 우승은 극적이었지만 상처가 훨씬 더 큰 영광일지도 모른다. 무릎 병은 고질이다. 무릎을 다친 선수들이 온전히 재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호건은 자동차 사고 후 1년에 7개 대회 이상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우즈는 이번 US오픈 우승으로 잭 니클로스의 메이저대회 최다승인 18승에 4승 차로 다가섰다. 누구도 우즈의 기록 경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기록 경신에 장애가 될 수도 있는 가족·아이·사생활 문제를 잘 해결했다. 그러나 부상은 별개의 문제다. 108회 US오픈 우승이 그에게 108번뇌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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