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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부분 대통령이 삽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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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04면

19일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문은 청와대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감성 코드’가 곳곳에 담겼기 때문이다. 정치적 수사를 잘 안 쓰는 이 대통령이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을 보면서”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는 등의 표현을 쏟아낸 것이 이례적으로 간주됐다.

대통령 특별기자회견문 쓴 김두우 정무2비서관

이 회견문의 초안을 잡은 사람이 김두우(51·사진) 청와대 정무2비서관이다. 그는 지난 2월 청와대에 기용된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 연설문 작업에 참여해 왔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초안을 올리면 류우익 대통령실장이나 김 비서관이 수위 조절과 문구 수정을 하는 식이다. 지난달 22일의 첫 담화문을 쓴 이는 오랫동안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만져 온 류 실장이다.

김두우 비서관은 화제가 된 촛불시위 부분에 대해 “실제 대통령이 경험한 사실 그대로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창곡인 ‘아침이슬’을 들었다는 대목 등 대통령이 직접 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상상으로 ‘청와대에서 (시위)소리를 들었다’고 썼더니 대통령이 ‘나 정말 그랬다’며 그 부분을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진솔하게 대통령의 마음을 전달할 기회를 삼자는 것을 회견문의 제일 큰 원칙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미 FTA와 한·미관계 복원을 위해 쇠고기 협상을 서둘렀다’는 부분은 사실 언론사 해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삽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안이 작성된 것은 13일께”라고 덧붙였다. 평소 연설문을 까다롭게 스크린 하는 이 대통령이지만 이번엔 김 비서관의 글을 거의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직접 쓴 것은 지난 2월 말 ROTC 졸업식 연설 이후 두 번째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온 김 비서관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정치부장·수석논설위원을 거쳤다. 이 대통령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류우익 실장 등을 보내 ‘삼고초려’했다. 평소 그의 칼럼을 즐겨 읽어 온 이 대통령이 직접 영입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비서관은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청와대 측은 “정무분야를 총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지금에 비해 훨씬 활동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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