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비용 부풀려 큰 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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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보험사들이 보험료에 포함되는 사업비를 실제 지출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보험개발원은 관련 통계를 자료집에서 빼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비는 설계사 모집수당이나 수금료 등 보험사가 계약의 유치.관리를 위해 쓰는 필요경비로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미리 보험료에 반영해 걷는다.

2000년 4월 보험료 자유화 후 보험사가 미리 반영하는 사업비(예정사업비)를 큰폭으로 올리는 바람에 실제 쓴 경비를 뺀 사업비 차익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보험개발원은 최근 발간한 '보험통계월보'2월호에서 실제 쓴 사업비만 남기고 예정사업비와 사업비 차익 통계를 사전 예고도 없이 삭제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생보사가 보험료에 당초 사업비를 얼마나 책정했고, 이 가운데 실제 쓴 경비를 뺀 차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길이 없게 됐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간사는 "사업비는 보험료에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선 세부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보험개발원이 수십년 동안 발표해온 통계를 이제 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빼버린 것은 보험사 눈치보기"라고 주장했다.

◇보험료에 직결되는 사업비=보험은 원래 계약자 간 상호 부조에서 출발했다. 이 때문에 보험계약의 유치.관리를 위한 경비인 사업비도 계약자가 분담해왔다. 문제는 보험은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사전에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사업비를 미리 보험료에 반영해 걷는데 실제 쓴 경비가 예정사업비보다 작으면 차익이 생긴다.

과거 보험사는 이런 차익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유배당 상품을 주로 팔았으나 최근엔 무배당 상품만 팔아 이익이 생기면 회사가 모두 가져가게 돼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예정 사업비와 실제 쓴 사업비의 산출방식이 서로 달라 사업비 차익 통계가 사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예정 사업비 통계를 뺐다"고 해명했다.

◇과다 사업비 차익 논란=보험사가 보험료에 미리 반영했다가 쓰지 않고 남긴 사업비 차익은 2000년 1조6000억원대에서 2001년 3조원대로 갑자기 불어났다. 2000년 4월 보험료가 자유화되자 보험사들이 앞다퉈 보험료에 미리 반영하는 예정사업비를 큰폭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후 초고금리 때 보험사들이 무리하게 확정금리로 고금리 상품을 팔았다가 금리가 급락하자 큰 손실을 봤다"며 "여기서 생긴 결손을 사업비 차익으로 메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금리 예측 실패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책임인데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이 도리어 보험사의 과도한 사업비 차익을 감춰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민 기자

◇사업비란=보험사가 신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당과 기존 계약의 관리를 위한 유지.수금비로 보험료에 포함된다. 장래 사업비를 예상해 보험료에 미리 반영하는 경비가 예정사업비다. 예정사업비를 올리면 보험료도 인상되고 낮추면 보험료가 인하된다. 예정사업비에서 실제 쓴 사업비를 뺀 것이 사업비 차익이다. 사업비 차익이 많으면 그만큼 보험사가 보험료에 사업비를 과다 책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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