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깐깐해진 미국 유학 비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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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김모(16)군은 최근 미 버지니아 명문 보딩스쿨(기숙형 사립학교)인 B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9월 입학을 앞두고 지난달 21일 받은 유학비자(F1) 심사에서 떨어졌다. “한국에 돌아올지 의심스럽다”는 이유였다.

고2 박모(17)군도 9월 미 볼티모어의 R보딩스쿨 입학을 앞두고 18일 받은 비자인터뷰에서 탈락했다. 박군의 어머니 김모(46)씨는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데 한국 학생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나”라며 “비자 나오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 준비했던 비행기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중1 송모(14)양도 S보딩스쿨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탈락했다.

일부 유학 알선업체와 비자발급 대행 업체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미 유학비자를 신청한 중·고생들의 탈락률이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 유학 알선업체 S사는 비자 심사를 받은 11명 중 4명이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심사받았던 10명은 모두 합격했다.

비자발급을 대행하는 Y사 관계자는 19일 “보통 한 달 동안 탈락 건수는 수십 건 중 1건에 불과하다”며 “6월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오늘만 2건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학 컨설턴트 박영희씨는 “10년째 일해 오지만 명문 보딩스쿨에 합격했는데 비자 심사에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탈락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다며 속상해한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미국의 비자발급 기준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비자 관련 법률상담을 하는 김수호 변호사는 “비자 거절로 상담 오는 건수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며 “예전에는 재정만 분명하면 대부분 비자가 발급됐는데 지금은 학업 의지가 안 보인다거나 성적이 안 좋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이해가 안 되는 탈락자가 늘어나면서 엄마들 사이에 대사관 인근에서 열리는 쇠고기 반대 집회 때문이라는 말까지 돈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장모씨는 “7월 중순이면 집회가 끝날 것 같아 그때 다시 비자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개별 인터뷰에 따른 것일 뿐 상황이 바뀌었다거나 집회 때문이라는 건 억측”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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