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이름은 늙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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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맞았다.나이는 시간과 함께 달려가고,뜻은 세월과 더불어 사라져 간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올 만하다.그러나 마음이 젊으면 몸도 젊어지는 법,시간의 흐름을 짐짓 무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많다.지난해 12 월 한달 동안 외지의 사람 동정(피플-people)란에 소개된 몇가지 경우를 들어 보자.
미국의 보험 판매원 스티븐 포세트는 올해 52세.취미는 기구(氣球)타기.95년 기구를 타고 최초로 대서양 횡단 기록을 세우고 이제는 세계일주를 준비하고 있다.
육체파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62세.70년대의 바다표범 보호 캠페인은 「시간 낭비였을뿐」이라고 탄식한다.부빙(浮氷)에뛰어 올라 동물학살 반대를 외칠때가 43세.지금은 그럴 힘이 없단다.유망(流網)을 사용하는 러시아.스페인.한 국 어선들이 어족 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들이라고 일갈.
걸프전의 영웅 노먼 슈워츠코프 퇴역장군도 62세.올해부터 미국 NBC방송의 군사문제 해설가로 등장한다.
수영선수로서는 환갑을 넘긴 톰 재거는 32세.84년부터 내리세번 올림픽 계영 금메달을 따고 96년 올림픽에 네번째 도전 예정.첫 개인종목 우승을 노리고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는 94년 인기순위 10위였으나 95년에는 1위로 뛰어 올랐다.해리스 여론조사 결과다.80회 생일을 맞아 은퇴를 선언했지만 아직도 정정한 그의 근황이 언론에 집중 보도된 덕택이라고.
81세를 맞은 앤서니 퀸은 최근 34살 먹은 부인에게 두번째임신을 시켰다.61살 먹은 본부인과는 3년째 별거중인데 얼마전뉴욕의 아파트를 본부인에게 양도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 인간적 체취가 물씬 풍기는 사람난에서는 40~50년전의 일도 마치 어제 일처럼 보도된다.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그 폭과 깊이가 다를 것이다.몇가지 예를 더 들어 본다.
1920년 미국 제29대 대통령에 당선된 워런 하딩은 고향에두고온 애인을 못잊어 백악관의 벽장속으로 불러들인 일도 있다.
곧 출간될 그의 평전에 자세한 얘기가 나올 예정이다.
45년 미국 33대 대통령이 된 해리 트루먼의 친필등 유품이그의 기념관에 새롭게 전시된다.그가 책상위에 항상 놓아두었던 명패에는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라는 유명한 말이 새겨져 있다. 44년 40세의 나이로 요절한 글렌 밀러의 동상이 미 의사당 안에 세워진다.미 의회는 주마다 2명씩의 저명인사를 추천받아 그의 동상을 세워 기념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이 경음악의 대가는 콜로라도주를 대표한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지난해 12월1일 소더비 경매장에서 10만달러에 팔렸다.그는 자기 하녀가 지저분하고,난로도 못피우고,커피도 끓일줄 모르는 형편없는 여자라고 욕하고 있다. 263년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분실된 후 어찌된 영문인지 테레사 살바토라는 여인에게 흘러들어 갔다.소유주인 캘리포니아대학(UCLA)은 제소전 화해를 통해 1만1,500달러를 주고 되찾았다.
그러고보니 한국 신문의 사람난은 행사 소개에 그친다.영화나 TV에서는 풋내기들만 설쳐 댄다.이 삭막한 세상을 신문과 TV가 더욱 삭막하게 만든다.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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