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싼 전형료 낮은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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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위권 대학의 복수지원이 가능해진 올 입시에서 대학이 비싼 전형료로 「입시장사」를 꽤나 잘하고 있다.적게는 몇억원,많게는수십억원을 챙겼다는 보도도 있다.그러나 시험에 따른 여러 편의를 제공해야 할 학교쪽 서비스는 외면한채 전형료 만 챙긴다면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급조된 원서창구에서 5~6시간을 기다리다 실신하는 소동이 있는가 하면,지방 수험생은 고액 전형료와바가지 숙박비에 시달리고 있다.원서 한번 내면 8만원에 대학주변 하루 숙박비가 10만원이라 한다 .세번 복수지원해 시험을 치르면 1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아무리 인생의 중요한결판장이라 한들 복수지원 세번 응시에 100만원이 든다면 너무부담이 크다.
입시환경이 달라졌다면 대응방법도 달라져야 한다.입시원서를 들고 마지막날 창구에서 눈치작전을 벌이는 과거 방식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아주대학은 인터네트를 이용한 원격접수창구시스템을 도입해 7개지역에서 온라인으로 원서를 제출하는 방식 을 채택했다.원서접수에서 수험표발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1분,접수현황도15초 간격으로 집계 발표할 수 있다.이런 방식을 대학마다 채택한다면 시험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첨단장비를 동원해 하루종일 눈치작전으로 지새우는 구질구질한 국력소모전도 사라질 수 있다. 대학은 전형료 수입을 올리는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시험에 따른 편의시설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한다.지원자란 고객을 급조한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5~6시간씩「감금」하는 비인도적 전형방식을 계속해서는 대학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지방에서 올라오는 입시생에겐 기숙사 시설을 염가로 제공하는 편의도 고려할 일이고,교직원들이 적극 민박을 마련하는 성의도 보여야 할 것이다.대학간 무한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객편의는 무시한채 전형료 챙기는 작은 재미에 만족하는 대학에는 입시생의 발길도 언젠가는 끊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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