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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계로뛴다>미국 프로당구여왕 재닛 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쥐띠 독거미」가 병자년 새해를 맞아 『96년은 「검은 독거미」의 해가 될 것』을 자신하고 있다.
「검은 독거미」란 미국 여자프로당구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인여성 이진희(24.미국명 재닛 리)를 가리키는 닉네임.이진희는 검은 머리카락,검은 눈동자에 언제나 검은색 드레스를 즐겨 입는데다 공격적인 경기스타일로 인해「독거미중 독거미」 라 할 「블랙 위도(Black Widow)」라는 다소 섬뜩한 별명을 얻고있다. 이같은 승부근성으로 이진희는 프로데뷔 1년만인 93년 단숨에 전국랭킹 8위로 치솟아「당구계의 새별」로 불리더니 이듬해인 94년에는 당당히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당구입문 4년만에 이룬 쾌거다.
이진희는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교포 2세로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하이틴 소녀에 불과했다.그러다 대학 1년때 우연히 당구장에 들렀다 당구공이 포켓으로 쏙쏙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해 호기심으로 큐를 잡은게 입문의 계기가 됐다.
프로당구계에선 비교적 늦은 나이인 18세때 처음 큐를 잡았음에도 무엇이든 지기 싫어하는 강한 고집이 급성장을 가져오게 했다.큐걸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손가락을 큐걸이 모양으로 만든뒤테이프로 감아 고정시킨채 잠을 청했을 정도.
이진희는 93년 일약 스타덤에 오른뒤 94년 볼티모어 빌리어드 클래식과 카슨 트윈시티즈 클래식 등 5개대회를 석권하며 랭킹 1위에 등극,프로당구계의 여왕으로 자리매김됐다.
이진희는 경기에선 으레 차가운 표정을 짓지만 일단 당구대를 벗어나면 활달한데다 잘 웃는 성격의 소유자다.프로당구선수로서 자신의 수입에 대한 질문엔『웬만한 변호사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라고만 대답.
LA지사 글=김석하.사진=이영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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