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역 또 화재…30분간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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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촌역 승강장옆 변전소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감식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 지 1년 남짓 만에 대구에서 또다시 지하철 화재가 발생, 시내 전역의 지하철 운행이 약 30분간 전면 중단되는 바람에 퇴근길 시민 1만여명이 공포에 떨었다.

6일 오후 7시17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방촌역 내 지하 2층의 월배역 방향 승강장 구석에 위치한 변전실에서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역 구내 전체가 단전되고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으나 역무원들이 역사 천장에 설치된 긴급 진화 장치인 '이산화탄소'를 방출시켜 16분 만에 진화했다.

지하 3층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10여명은 역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역사 밖으로 긴급 대피해 화를 면했다.

대구지하철 측은 사고 즉시 대구지하철 1호선(현재 운행 중인 유일한 노선)의 상.하행선 열차 23대를 모두 가까운 역에서 긴급 정차하도록 조치했다. 또 사고 역으로 진입 중이던 전동차 1대는 무정차로 역을 통과시켰다.

사고 무렵 지하철을 이용해 퇴근하려던 시민 1만여명은 열차 운행이 재개될 때까지 27분간 전동차 속이나 승강장에서 지난해 지하철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었다.

방촌역 부역장 김경규(55)씨는 "갑자기 화재 경보기가 울려 승강장 맨 끝에 위치한 변전실로 달려가 문을 열어보니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면서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가능해 긴급 진화장치를 작동시켰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차 25대와 소방관 70여명이 긴급 출동, 방촌역 일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으며 열차운행 중단으로 인근 해안.용계역에서 100여명이 환불해가기도 했다.

지하철공사 측은 "화재를 인지한 뒤 곧바로 모든 열차에 대해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리고 달리던 열차는 인근 역에 정차토록 했다"면서 "탑승 중인 승객들에게는 '열차 사정으로 잠시 정차하겠다'는 안내방송을 수차례 내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역사 변전실의 계기용 변성기(MOF)가 순간적인 고압으로 폭발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역무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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