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게이트' 터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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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는 6일 건설업체인 ㈜부영 이중근(李重根.63)회장이 2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외에 70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조세포탈)를 추가로 확인, 李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李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부영의 주식 전부를 피의자와 가족이 갖고 있어 횡령했다 해도 비난 가능성이 약하다"며 기각했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영 사건은 '게이트(권력형 비리의혹사건)'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 이후에 검찰이 바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대중(DJ)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돼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李회장이 1996~2001년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27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옛 여권 인사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한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사 자금담당 張모 사장에게서 "李회장이 98~2000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6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증자대금으로 납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부영 측이 2002년 대선 직전 여야 정치권에도 거액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 李회장을 상대로 지원 자금의 규모와 전달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영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치권 로비 의혹은 대형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한편 6일 李회장이 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면서 휠체어에 몸을 싣고 의사까지 대동한 채 나타나자 검찰은 신병 상태를 파악하는 등 당혹스러워했다.

◇급성장 배후 있나=업계에 따르면 DJ 정부 시절 부영은 임대아파트 건설을 통해 급성장했다. 83년 창업한 부영은 20여년간 17만5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했으며, 이 중 임대주택이 14만여가구다. 98, 99년 연속 주택건설 실적 업계 1위를 차지했다. 97년 도급순위 80위권이었던 부영은 지난해 18위(매출 3316억원)로 올라섰다.

전남 순천 출신의 李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있던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李회장은 현재 이 단체의 이사다. 검찰은 李회장이 후원회장으로서 이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李회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 金전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6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李회장이 옛 여권 실세 정치인들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관급공사 수주에서 특혜를 봤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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