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지법은 지난달 30일 李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부영의 주식 전부를 피의자와 가족이 갖고 있어 횡령했다 해도 비난 가능성이 약하다"며 기각했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영 사건은 '게이트(권력형 비리의혹사건)'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 이후에 검찰이 바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대중(DJ)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돼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李회장이 1996~2001년 협력업체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27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옛 여권 인사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전달한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 회사 자금담당 張모 사장에게서 "李회장이 98~2000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6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증자대금으로 납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부영 측이 2002년 대선 직전 여야 정치권에도 거액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 李회장을 상대로 지원 자금의 규모와 전달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영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치권 로비 의혹은 대형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한편 6일 李회장이 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두하면서 휠체어에 몸을 싣고 의사까지 대동한 채 나타나자 검찰은 신병 상태를 파악하는 등 당혹스러워했다.
◇급성장 배후 있나=업계에 따르면 DJ 정부 시절 부영은 임대아파트 건설을 통해 급성장했다. 83년 창업한 부영은 20여년간 17만5000여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했으며, 이 중 임대주택이 14만여가구다. 98, 99년 연속 주택건설 실적 업계 1위를 차지했다. 97년 도급순위 80위권이었던 부영은 지난해 18위(매출 3316억원)로 올라섰다.
전남 순천 출신의 李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있던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李회장은 현재 이 단체의 이사다. 검찰은 李회장이 후원회장으로서 이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李회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 당시 金전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6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李회장이 옛 여권 실세 정치인들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관급공사 수주에서 특혜를 봤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조강수.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