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4강정권변동의해>2.일본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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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병자년(丙子年)벽두부터 일본에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정권의 끈질긴 생명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무라야마 총리는 5일로 555일간 재임해 패전후의 역대총리 23명 가운데 14번째 「장수총리」가 됐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총리의 재임기간을 언론이 들먹이는 것은 『내려올 때가 지났다』는 신호다.쇠퇴해가는 사회당 위원장을 총리로 앉힌 채 자민.사회.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1년반 넘게 굴러가고 있는데다 언제 브레이크가 걸릴지 모르는 모호한 일본정치의 이상현상에 대해 「폐색(閉塞)상태」란 진단이 내려진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정치불신=마이니치(每日) 신문의 4일자 여론조사결과 국민의9할 이상이 현 정치에 대해 불만이며 6할이 「강력한 지도자가없다」는 사실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이는 「공동화(空洞化)」에 가까운 일본정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자민당은 보수적 지지세력으로부터 정권유지를 위해 진보정당과 타협하는 바람에 소신있는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보수층은 자민당이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의 참가논의를접어둔 것이나 현행헌법의 「집단적 자위권」금지조 항에 대한 수정논의를 중단한 것도 연립정권탓으로 돌린다.
냉전종식이후 전반적인 보수화흐름에 밀려 생존위기에 몰린 사회당은 지지세력들로부터 『오로지 살아남기에 급급한 나머지 진보정당의 옷을 몽땅 벗어버렸다』는 비난을 받고있다.자민당에 대항하는 새 보수정당인 신진당도 탄생과정의 원초적인 문제로 딜레마에빠져있다.구(舊)공명당의 지지기반인 종교단체 창가학회의 막강한조직력에 의존해 수권정당으로서의 기반을 갖추긴 했으나 대신 창가학회의 「바람막이」정당이란 비난을 받 고있다.
지난 당수선거때 나타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세력과 반(反)오자와세력간의 갈등도 총선을 앞두고 큰 부담이 되고있다.
◇정계개편 시기=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94년말 중의원 선거제도가 소선거구 비례대표병립제(소선거구 300석,비례대표 200석)로 바뀌자 늦어도 95년중 중의원이 해산되고 새 선거제도하에서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결과는 해를 넘기고말았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이 다가오자 급히 올 예산이 통과된직후인 4월께로 예상시기를 수정했으나 이 또한 빗나갈 가능성이크다.야당 전락(轉落)을 두려워하는 자민당의 「공포」와 당의 몰락을 걱정하는 사회당.사키가케의 「공포」가 맞아떨어 져 총선준비를 마칠 때까지 되도록이면 오래 현 연립정권을 끌고가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기 때문.
이에대해 신진당의 대표주자로 전면에 나선 오자와당수는 연말.
연초에 적극 매스컴에 등장해 「조기총선론」을 주장했다.신진당 역시 총선준비가 덜 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조기총선을 바라는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다.
자민.사회.신당 사키가케 연립 3당은 무라야마총리가 4월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자민당총재에게 정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3당은 대신 정권이양이후 최소 3개월간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과 총선이후에도 연 정을 유지한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그렇다면 총선은 빨라야 올 여름,늦어지면 가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 시나리오=각종 조사결과 양대 보수세력인 자민당과 신진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총선후에도 자민당을 중심으로 자민.사회.신당 사키가케연립정권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신당창당 과정에서 내분이 일고있는 사회당이 분열하게되면 무라야마 지지그룹만이 연정에참가할 수도 있다.
신진당 일부가 연정에 가세한다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오자와와 갈등을 빚고있는 하타 쓰토무(羽田孜)전총리가 자신의 지지세력을 이끌고 자민.사회.신당 사키가케 연립정권에 끼어든다는 것이다.
신진당이 과반수에는 못미치지만 제1당이 되는 승리를 거두게되면 신진당이 이끄는 연립정권도 가능해진다.신진당과의 연립에 긍정적인 사회당의 구보 와타루(久保亘)서기장그룹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이런 것은 모두 가상적 시나리오다.
일본 정치가 안개속을 헤매기 때문이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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