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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131) 경기 안양동안갑 열린우리당 이석현 후보

중앙일보

입력

“밤잠 자는 것 말고는 모두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게 바로 ‘개혁’이예요. 정치에 입문한 이래 ‘개혁’이란 화두를 놓은 일이 없고,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부정부패 근절도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재선 의원인 이석현(53)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설욕을 벼르고 있다. 지난 16대 총선 때 경기 안양 동안에서 출마한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심재철 후보에게 득표율 0.7% 차로 아슬아슬하게 져 3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엔 안양 동안이 갑·을로 분구가 돼 동안갑에 출마하는 이 전 의원과 동안을에서 재선을 노리는 심 의원과의 재대결은 무산됐다. 이번 경쟁자는 3선에 현역인 김정숙 의원을 누르고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정진섭 전 지구당위원장. 이 전 의원은 16대 때 못지않게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깨끗하게 치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당당히 국회에 재입성해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은 돈을 멀리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누구도 이 둘을 동시에 추구할 순 없어요.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정치를 그만둬야죠. 정치를 하는 동안엔 오로지 ‘명예’만을 생각할 겁니다.”

이 후보는 현역 의원 시절 여러 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자정 선언, 정치 비용의 월별 공개 등으로 투명한 정치에 앞장서는가 하면, 의원 재산 공개를 최초로 단행했다. 이런 개혁적인 의정 활동으로 당시 정치개혁시민연대가 주는 최우수 의원상을 받았다. 동화집 ‘소라게는 정말 이사했을까’를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굴곡도 있었다. 97년 8월 해외에서 돌리기 위해 만든 명함의 국적 표기가 국내에서 문제가 돼 당시 소속돼 있던 새정치국민회의를 떠나는 아픔을 겪은 것. 7개 국어로 국적을 표기하면서 중국어권 인사들을 위해 한자로 한국이라고 적고 괄호 속에 역시 한자로 ‘남조선’이라고 병기했던 게 화근이었다. 그는 이 명함을 사용하기 전 ‘남조선’ 위에 두 줄을 그어 삭제했었으나 통하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과잉 친절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이 해프닝은 한 신문의 사상 공세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이듬해 2월 복당했지만 그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 이석현 후보는 “개정 선거법이 넉넉하지 못한 후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법 개정의 취지대로 돈 선거, 조직 선거 하지 않고 길에서 승부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길 선거’랄까? 길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주민 속으로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사진=장윤수 월간중앙 기자

16대 총선에서 패한 뒤 그는 환경부 산하단체인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현역 의원 시절 그는 한강 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에 앞장섰고,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기획단 신설에 노력했었다.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환경운동연합이 공직자에게 주는 ‘녹색공무원상’을 받았다. 제도 정치권으로의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그는 새 정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낡은 것, 묵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깨려다 보니 많은 분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봅니다. 다만 좀 더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해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국정 운영이 세련되진 못했지만 방향과 기조는 평가받을 만하며, 노무현 정부 2기엔 더 안정적인 개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지역의 핵심 현안으로는 공기 오염 해소, 수질 개선 등 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교통 문제, 교육 문제 등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환경이예요. 과거 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으로서 품었던 문제 의식과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시절의 경험을 살려 사안별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야당들의 당리당략에 따른 것으로 전적으로 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이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설사 열린우리당 소속이 아니었더라도 반대했을 겁니다. 사안 자체가 탄핵의 요건과는 거리가 멀어요. 당장 국민 여론이 비등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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