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心 낚는 '미끼'도 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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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 신사동의 목욕탕에서 때밀이로 일하는 K씨(45)는 요즘 시무룩하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으나 "뛰어 달라"는 요청이 없기 때문이다. 4년 전 총선에선 일당 5만원씩 받으며 선거운동원으로 일했다. 지난번 자신이 당선을 위해 뛰었던 후보는 올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사이버 선거운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시대에 따라 선거운동 방법이 변하고 있다.

전쟁의 상흔이 남은 1950년대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했다. 후보자들은 정책 대신 비누.타월.고무신.설탕 등 생활 필수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출마자는 집집마다 비누부터 돌리는 게 순서였다.

60년대는 '막걸리 선거'시대였다. 넘치는 막걸리 한 잔에 표가 오갔다. 선거철이 되면 노인정마다 술 인심이 후해졌다. 공무원들이 공공연하게 여당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해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80~90년대는 돈이 오갔다. '성분조사'를 거쳐 핵심 당원이 유권자에게 은밀하게 돈봉투를 건넸다. 입당원서 한 장의 정가는 3만원. 이름만 써주면 공돈이 생기는 바람에 한 사람이 동시에 여야의 당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유세장에 나가 박수를 쳐주면 2만원을 받았다. 농번기 때 농촌 부녀자들을 싣고 관광지로 향하는 관광버스가 줄을 이은 것도 당시 선거판의 풍속도였다. 96년 15대 총선 당시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은 평균 8100만원. 그러나 '20억원 쓰면 붙고 10억원 쓰면 떨어진다'는 '20당10락'설이 선거판에 정설처럼 나돌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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