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中企 힘 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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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달 23일 물류 전문 중소기업인 ㈜동인과 물류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동인은 한국후지제록스의 전국 4개 물류센터 운영, 제품.소모품의 입출고 관리, 배송 등 물류 업무를 도맡게 됐다.

한국후지제록스가 그동안 본사에서 담당하던 물류 전반을 이 회사에 맡긴 것은 국내 유통망을 관리하는 데는 국내 기업이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박승필 홍보팀장은 "이번 제휴로 연간 36%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외국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상부상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 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시장 진출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 외국 기업의 해외 유통망을 타고 수출길을 뚫거나 다국적 기업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굴착기 정비 및 운전 교육을 무료로 하는 '교육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비를 이용하는 협력업체에는 자체 수리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전수해 준다. 장기적으로는 이 과정이 제품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자체 예산 15억여원을 들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9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는 1200여명이 이 회사의 장비를 이용해 기술훈련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품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며 "중소기업들도 고급 정비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암웨이는 자체적으로 선정한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 지사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쎌바이오텍과 손잡고 '뉴트리 라이트'브랜드로 일본에 유산균 제품을 판매해 왔다. 지난해 10억여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을 정도로 일본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또 주방용 철 수세미를 생산하는 기동의 제품도 지난해 10억여원 상당을 수출했다.

한국 암웨이 배수정 부장은 "우수한 제품을 개발비를 안들이고 공급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협력사는 다국적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HL코리아는 지난해 말 전국에 5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무용품 전문업체 '베스트 오피스'와 손을 잡았다.

소비자들이 전국 베스트 오피스 지점에서 DHL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베스트 오피스는 DHL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회사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DHL코리아는 또 국내 무역 포털 사이트인 EC플라자(www.ecplaza.net)와 제휴,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화물의 운임을 25% 할인해 주고 있다.

DHL코리아 관계자는 "제휴를 통해 우리 서비스를 손쉽게 온.오프라인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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