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잖아요” 수도권 골프장 큰소리 다 쳤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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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가 지방 골프장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함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골프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정안이 올가을 국회를 통과해 발효되면 서울과 경기도 이외의 지방 골프장 이용료는 4만원 가까이 내리게 된다.

이에 따라 이번 세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 골프장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당수 골퍼가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이용료가 저렴한 강원도·충청 지방의 골프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외곽 울고, 충청·강원 웃고=경기도 여주의 A골프장은 최근 단체팀 예약이 10% 이상 줄었다. 골프 동호인들이 그린피가 비싼 수도권 골프장 대신 상대적으로 이용료가 저렴한 강원도와 충청 등 지방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9, 10월께 조세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지방으로의 쏠림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여주·안성 등 경기도 외곽 골프장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울상이다.

여주 A골프장 대표는 “예년 같으면 벌써 가을철 단체팀 예약 신청이 들어왔을 텐데 올해는 문의 전화조차 없다”며 “골프 동호인들이 그린피가 저렴한 강원도·충청권 골프장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업계에서는 조세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수도권과 지방 골프장의 이용료 차이가 4만~5만원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소비세·체육진흥기금·종합부동산세 등 3만8000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지방 골프장들이 경영 자구 노력까지 하면 5만원까지 그린피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골프장 위기=전국 골프장 대표 19명은 19일 경기도 성남 골프장경영협회 사무실에 모여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수도권 골프장 대표들은 “지방 골프장에만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고 반발했다.

경기도 B골프장 대표는 “조세법 개정안의 취지는 해외로 나가는 골프 관광객의 발걸음을 국내 골프장으로 돌려 외화 유출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런 취지와는 반대로 수도권 골프장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84개 골프장은 내장객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최근 정부에 제출했다. 아울러 세금 혜택을 수도권 골프장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골프장 무한경쟁 시대=아마추어 골퍼들은 일단 지방 골프장들의 이용료 인하 계획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골프 칼럼니스트 박한호씨는 “일부 골프장은 그동안 터무니없는 부대 비용을 받는 등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 골프장들도 앉아서 손님을 골라 받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지방 골프장에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칫하면 수도권 골프장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골퍼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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