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포근한 햇살, 어우러진 봄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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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나리.목련.진달래.벚꽃….
포근한 햇살, 어우러진 봄꽃.
봄은 통제할 수 없는 축제,
지상 최고의 쇼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단명한 것이 봄꽃이다.

봄의 주인공 꽃은
정작 즐길 여유가 없다.
짧은 봄날이 가기 전에
꽃가루를 받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벌인다.
고운 향기와 눈부신 색깔로
꽃이 치장한 것도
씨앗을 만들고
퍼뜨리기 위함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지구상에 약 25만종.
수억년 전부터
곤충을 기다리며
봉오리를 틔워왔다.

그러나 이제 꽃은 피어도
벌과 나비가 오지 않는다.
과수원에서도
벌을 사다가 내보낸다.
꿀벌보다 수분 능력이 강한
'머리뿔가위벌'이란다.

나비 축제란 것도
사람이 기르던 나비를
풀어 놓고 즐기는 것.
영국에서는
나비 58종의 개체 수가
1970~82년 사이
71%나 줄었단다.

벌과 나비를 내쫓은 건
살충제와 환경오염.
중매쟁이를 잃은 꽃들은
씨앗을 맺지 못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식목일은
나무만 심는 날이 아니다.
사라져 가는 벌과 나비에도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줘야 하는 날이다.

*영국 자연환경조사위원회(NERC) 연구팀은 지난 40년간 새와 나비.식물의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지구 역사상 여섯번째 대규모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논문을 과학전문지 '네이처'최근호에 발표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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