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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타이거 잡겠다” … 미디에이트, 예선서 천신만고 출전 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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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윗은 열네 살이나 젊은 골리앗과의 대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막판에 골리앗을 무너뜨리는가 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장, 재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준 46세의 노장 로코 미디에이트. 옆집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친근한 외모의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를 이기지 못해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심하지는 않는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괴물(monster)이다. 우리와 같은 존재로 생각해선 안 된다.”

경기에선 비록 졌지만 세계 최고의 골퍼를 상대로 선전했다는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미디에이트는 또 “내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 나와 우즈의 이름을 번갈아 외치는 갤러리의 응원도 최고였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1986년 PGA 투어에 데뷔한 뒤 5승을 거둔 미디에이트는 올해 US오픈엔 출전 자격이 없어 지역 예선전을 거쳐야 했다. 지역 예선전에서도 동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결국 서든데스의 플레이오프 끝에 승리를 거두고 출전권을 따냈다. US오픈 예선과 본선에 걸쳐 두 차례의 플레이오프를 벌였다. 이날은 18홀 플레이오프만으로도 모자라 서든데스의 재연장전까지 치렀으니 실제로는 세 차례의 연장전을 벌인 셈이다.

미디에이트는 우즈와 연장전에서 맞대결하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가끔 모자를 벗어 반쯤 벗겨진 이마의 땀을 닦아냈지만 샷만큼은 황제에 꿀리지 않았다. 3타 차로 뒤지다 13번 홀부터 3홀 연속 버디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대어를 잡을 뻔했다. 노장답게 거리의 열세를 쇼트 게임으로 만회했다. 선전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동료인 폴 에이징어가 선두에 나서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연장전 초반엔 긴장해서 떨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졌다. 이 정도 긴장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미디에이트는 또 “우즈는 나보다 열네 살이나 젊다. 드라이브샷 거리도 나보다 훨씬 길다. 그렇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나도 아직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오늘은 졌지만 다음엔 꼭 그를 꺾고 말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드라이버가 부러져 부라부랴 새 드라이버를 구해 들고 출전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주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골프 가방 안에 있던 드라이버가 부러졌더라. 새로운 드라이버를 구해 들고 대회에 나갔는데 손에 익지 않아 고생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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