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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홀 대장정 … ‘황제의 이름으로’ 그린 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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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절뚝거리는 황제와 46세의 노장은 역대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긴 7643야드의 난코스를 다섯 바퀴나 돌고 나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정신력은 캘리포니아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91홀, 4만 야드(약 36km)가 돼서야 그들의 대장정이 끝났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1·7643야드)에서 끝난 US오픈 연장전에서 로코 미디에이트(미국)를 꺾고 우승했다. 두 선수는 연장 18홀에서도 똑같이 이븐파를 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우즈는 7번 홀에서 서든데스로 치러진 연장전의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 보기를 한 미디에이트를 눌렀다.

우즈의 열네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우즈는 US오픈에선 2위와 15타 차, 마스터스에선 12타 차, 디 오픈에선 8타 차, PGA 챔피언십에선 5타 차로 대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즈는 “오늘 우승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 수술을 한 그는 대회를 앞두고 두 달 동안 18홀을 걷지 않았다. 또 대회 1, 2라운드에서는 같은 조의 필 미켈슨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진이 빠졌다. 올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더블보기를 네 차례나 하는 등 곳곳의 암초와 싸워야 했다. 연장에선 3타 차로 앞서 나가다 미디에이트의 투혼에 역전당하면서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우즈는 이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그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우승할 줄 몰랐다. 경기 전 걱정투성이였는데 91홀이 지나고 나니 나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고 감격했다. 무릎이 안 좋은 우즈와 지역예선을 거쳐 올라온 세계랭킹 158위의 미디에이트는 역대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156명의 선수 중 ‘유이하게’ 언더파를 쳤다. 피로와 긴장감 속에 치러진 연장 18홀에서도 이븐파를 기록하면서 코스와 상대에게 지지 않았다.

특히 15번 홀(파4·478야드)이 하이라이트였다. 우즈는 티샷 실수로 빠진 옆 홀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핀 3m에 붙이는 집중력으로 미디에이트를 압박했다. 그러나 미디에이트는 중압감 속에 5m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용기를 보여줬다. 미디에이트의 기세에 우즈는 3m 버디 퍼트를 놓쳤다. 미디에이트는 이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우즈는 연장 18번 홀에서 다시 한번 버디를 잡아 경기를 서든데스로 밀어넣고 결국 승자가 됐다.

18번 홀은 우즈의 홀이었다. 3라운드에서 우즈는 9m 내리막 이글 퍼트를 성공해 선두로 나섰다. 패배 일보 직전이었던 4라운드와 연장에서는 18번 홀 버디로 살아났다.

이번 우승으로 우즈는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승리하는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우즈의 무릎 부상은 악재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무리해 부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5주 후 있을 디 오픈에 못 나올 수도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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