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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괴물’ 위로 날았다! 부산 갈매기 4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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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7회 초 1루 주자 LG 박경수가 조인성의 3루 내야안타 때 2루에 안착한 후 세이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7일 프로야구 목동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우리 히어로즈의 좌완 마일영(27)은 지난 3월 29일을 잊을 수 없다. 잠실 원정(두산전)이긴 했지만 프로 입문 9년차 만에 시즌 개막전 선발의 영예를 안았기 때문이다. 팀의 1선발, 즉 에이스란 뜻이었다. “상대 에이스(레스)를 피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라는 장난 섞인 주변의 해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일영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러나 부푼 꿈은 하늘의 ‘심술’로 산산조각이 났다. 경기 전 내린 비로 개막전이 취소되는 바람에 정작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다음날 선발은 장원삼으로 바뀌어 있었다. 결국 마일영은 장원삼-스코비에 이어 팀의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날까지 팀 내 최다승(4승)에 최소 평균자책점(3.13)을 기록한 마일영은 우리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그의 호투에 힘입어 우리는 삼성을 9-6으로 꺾고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지난 1일 이후 16일 만에 꼴찌를 벗어났다.

전통적으로 좌완에 약한 삼성은 마일영에게 ‘만만한’ 먹잇감이었다.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적절히 곁들이며 최근 물오른 삼성 타선을 7회 2사까지 9피안타·4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5승째를 달성한 마일영은 2004년 5월 6일 대구경기 이후 삼성전 3연승 행진도 기분 좋게 이어갔다.

우리 타선도 초반부터 불을 뿜어내며 마일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 2사 만루에서 전준호의 싹쓸이 2루타 등으로 4-0으로 기선을 잡은 우리는 3, 5회 이택근과 브룸바의 솔로포로 6-1로 앞서 나가며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잠실과 대전에서는 시즌 내내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SK 김광현은 잠실 두산전에서 150㎞의 광속구를 앞세워 선발 7이닝을 2피안타·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11-0 승)가 됐다. 시즌 9승(3패)째로 다승 단독 1위.

반면 한화 류현진은 롯데에 일격을 당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주말 홈에서 ‘우리 보약’을 마신 롯데는 ‘괴물’ 류현진의 벽마저 뛰어넘으며 6연패 뒤 4연승을 달렸다.

KIA는 광주 LG전에서 7회 강우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LG 신인 정찬헌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4실점으로 5연패(3승7패)를 당했다. 팀도 최근 3연패에 빠지면서 다시 하위로 밀려났다.

한편 두산-SK전이 끝난 후 일부러 잠실 구장을 찾은 일부 KIA팬들이 SK 구단 버스를 가로막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결국 SK 선수들은 30여 분간 구장에 발이 묶여 있다 서울 숙소 호텔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힘겹게 구장을 빠져나갔다.

정회훈·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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