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조정 협상 앞두고 中.大선거구제 浮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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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위헌결정을 계기로 잠복했던 이슈하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다.민주당은 즉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고 신한국당(가칭)은 『야당이 주장하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화답했다.그래서 중. 대선거구제는 그 실현가능성이 아직 높진 않으나 대화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신한국당의 기본방침은 소선거구제 유지다.동시에 선거구제 전환을 논의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는데 주요 당직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의 조정이 아닌 선거구제 자체의 변경은 어렵지 않느냐고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신한국당은 논의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고위당직자회의를 마치고 『야당이 주장하면 중.대선거구제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보기에 따라선 신한국당이내심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수준의 입장표명이다.
사실 신한국당 내에는 소선거구보다 중.대선거구가 유리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호남과 충청권,대구.경북지역에서 소선거구제로는 어려우나 중.대선거구제로는 의석을 배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특히 해당지역의 지구당위원장 들이 강력히주장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수도권위원장들도 중.대선거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를 본격 제기하고 자민련이 내각제를 의식해 이에 호응하면중.대선거구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현재의 260개 소선거.지역구체제로 15대결전을치르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그래서 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선거구조정을 계기로 중.대선거구제를 밀어붙일 가능성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개혁적이고 불필요한 것이어서 절대 반대한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어두었다.신기하(辛基夏)총무는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중.대선거구가 타락선거와 금권.파벌선거를 불러일으켰음을 잘 알 수 있다』며 『 신한국당이 민주당의 지원으로 선거구조정을 중.대선거구 실현에 이용하려 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중.대선거구제를 주도적으로 제창해왔다.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이 불꽃이 사그러들었다고 보았으나 헌재결정으로 선거구가 수술대에 오르자 아예 대수술을 주장하고 나섰다.이철(李哲)원내총무는 『민주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접촉을 통해 위헌소지가 없는 선거구제가 마련되도록 하겠으며 중.
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등도 포괄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자민련은 내각제를 전제로 하는 중.대선거구라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번 선거구조정협상에서는 이 논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조부영(趙富英)총장은 『15대 총선이 불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대선거구제를 우리가 먼저 제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김진.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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