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서 '제2 로드니 킹'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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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동부의 철강 도시 피츠버그에서 흑백간 인종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이 갈등의 불씨는 지난 10월12일 발생했던 흑인 조니개미지의 질식사 사건.건실한 사업가인 피해자 개미지는 이날 심야에 5명의 백인 경찰들로부터 검문받으며 과잉단 속에 저항하다경찰봉에 목이 졸려 질식사했다.
92년 4명의 백인경찰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구타해 로스앤젤레스 폭동의 불씨가 됐던「로드니 킹」사건과 흡사한 점이 많아 제2의 로드니 킹 사건으로 불리는 이 불상사에서 흑인들의 분노의초점은 백인 경찰들의 검문이유다.
『흑인이 심야에 값비싼 차를 몰고 가는 것을 이상히 여겨 검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백인경찰의 인종차별 행태가 빚어낸 결과라며 흑인사회 전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흑인들은 특히 관련경찰 2명이 3급 살인혐의로 기소될 전망이기는 하나 경찰들이『피해자쪽이 먼저 폭행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는등 사건이 가볍게 처리될 기미이자 본격「저항」에 나서고 있다.대표적 흑인민권단체로 흑인 100만명 워싱턴 대행진을 주도했던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피츠버그 책임자 팀 스티븐스는 『이 사건이 흑인차별철폐 운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절대로 그대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또 비슷한 단체인 도시연맹(UL)측도 이 사건을 백인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및 흑인 빈민화 정책이 빚어낸 구조적 문 제라며 집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최근 피츠버그에서 각 인권단체및 시민들과 연대해「평화를 위한 행진」이라는 시위를 벌여 해당 경찰들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데 이어 공청회나 라디오 토크쇼 및 항의 집회 개최등 전국 단위의 여론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전체 인구의 4분의 1정도가 흑인인 피츠버그는 특히 25~55세 흑인 남자들의 실업률이 20%나 될정도로 흑인 빈민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또 피츠버그가 있는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신나치그룹이 나 KKK단등과 같은 백인극단주의자들 수효가 미국내에서 각 1,2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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