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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들 조업 중단 이어져 … KCC 대산단지 제품 생산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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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초로 접어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로 산업계의 조업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판로와 원자재 운송 루트가 동시에 막히자 버티기 어려운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조업 중단 사태가 ‘신인도 추락→해외 바이어 이탈→수출 중단 및 경영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운송 거부를 그만둘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파업 사흘 동안 1조9000억원의 수출 차질이 빚어졌다”고 호소했다. 또 이들은 “경제 회복을 위해 300만 중소업체가 채용을 조금씩 늘리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가동 중단 도미노 사태=물류대란은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충남 대산유화단지에 입주한 KCC의 경우 수송 차질을 견디지 못하고 12일부터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충남 서천의 한솔제지도 장항항에 대기 중인 원료를 가져오지 못하는 바람에 생산 라인의 70%가 멈췄다. LG화학의 조갑호 상무는 “석유화학 업종은 제품의 관리·보관이 까다로워 물류대란이 벌어지면 특히 힘들다”며 “원료 부족이나 재고 누적으로 공장을 멈출 경우 생산과정의 재료가 일부 못 쓰게 돼 손실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전기와 스팀을 공급하는 한주는 화물차 운송 거부로 연료인 석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지 내 20여 개 석유화학업체는 며칠 안에 공장이 멈출지도 모르게 됐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공장들도 하나 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16일 현지 공장장협의회에 따르면 정밀화학업체인 휴켐스가 원료가 바닥나 설비 가동을 멈췄다. 또 제일모직은 가동률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협의회 측은 “며칠 안에 공장이 멈출 곳이 여럿이며 18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공장까지 파장=삼성전자 광주공장은 광양만이 막혀 버린 탓에 물동량이 평소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 인한 수출 차질액은 하루 30억~40억원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물류대란이 일주일 더 지속되면 LCD 패널 같은 주력 제품의 부품 원자재와 반제품 운송이 막혀 생산 차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의 조업 중단 파문은 해외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GM대우는 월 10만 대 규모인 반제품 조립용 ‘KD(녹다운)부품’ 수출에 차질을 빚어 노심초사다. 회사 측은 “KD부품 포장공장은 아직 정상적으로 돌고 있지만 제품을 항구로 옮길 차량이 없어 하치장에 부품이 쌓여 간다”고 밝혔다.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이곳 공장의 생산은 물론이고 이를 받아 조립하는 해외공장의 생산 공정까지 차질을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전·충남 지역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20여 곳은 기름 재고가 바닥나게 생겼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대산공장에서 나가는 탱크로리를 막고 있다.

표재용·안혜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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