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US오픈은 무릎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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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결국 마지막 남은 사람은 부상병과 노병, 단 두 용사뿐이었다. 가장 길고 거칠며, 단단한 코스에서 치러진 제108회 US오픈에서 출전선수 156명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는 무릎수술 후유증에 다리를 절뚝거리는 타이거 우즈(미국)와 예선을 거쳐 나온 46세의 노장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세계 158위)뿐이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1·7643야드)에서 열린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즈는 2오버파를 쳐 최종합계 1언더파를 기록했다. 미디에이트도 4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 합계 1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연장전은 17일 오전 1시(한국시간) 시작됐다.

우즈는 처절했다. 1번 홀에서 무릎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티샷을 했다. 공은 러프로 날아갔고, 더블보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가 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것은 1라운드와 3라운드에 이어 세 번째. 우즈는 2번 홀에서도 티샷 실수로 보기를 했다. 9번과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선두로 나섰지만 이후 경기운영은 골프황제답지 않았다. 그는 파만 해도 될 13번 홀(파5)에서 291야드를 남기고 2온을 시도하다 해저드에 공을 빠뜨려 보기를 했다. 277야드로 줄어든 14번 홀에서는 1온을 시도하지 않았다. 우즈는 “3번 우드와 드라이버 사이의 애매모호한 거리여서 그랬다”고 말했지만 공동 선두로 버디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경기운영이었다. 우즈는 15번 홀에서도 보기를 하면서 선두 미디에이트에게 한 타 뒤졌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는 가장 중요한 순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파5의 18번 홀 우즈의 티샷은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러프에 떨어졌다. 그러나 60도 웨지로 백스핀을 걸어 그린에 공을 세웠다.

찬찬히 그린의 브레이크를 돌아본 그는 내리막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한 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 어퍼커트를 수십 차례 날릴 정도로 그는 감격했다. “잔디가 자라 표면이 울퉁불퉁했지만 믿을 것은 내 스트로크뿐이라고 생각했다.”

우즈와 미디에이트는 다윗과 골리앗이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1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몇 차례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미디에이트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샷 거리도 짧은 단타자다. 메이저 우승 경쟁은커녕 2002년 이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세계 랭킹이 158위로 우즈와 157계단이나 차이가 난다. 랭킹 제도가 시작된 1986년 이래 US오픈에서 100위 밖의 선수가 우승한 적은 없다.

그러나 우즈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우즈는 무릎 상태에 대한 질문에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며 말을 돌렸다. 무릎 통증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즈의 왼쪽 무릎과 그의 정신력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성호준 기자  

※US오픈 플레이오프는 본지 마감 시간을 넘겨 끝나는 바람에 최종 결과를 싣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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