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가협상에 미국은 성의 보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이 난항인 모양이다. 정부의 구원투수로 워싱턴에 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이틀째 담판을 벌였으나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단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어제 한때 알려지기도 했으나 결국 하루 이틀 더 머무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락가락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충분한 검토 없이 30개월 이상 쇠고기까지 다 들여오는 것으로 덜컥 합의해줬다가 성난 민심에 밀려 사정하다시피 추가협상을 해야 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마음조차 없다. 관건은 기존의 합의문에 손대지 않으면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실효적으로 막아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다. 미 육류업계의 자율결의를 미 정부가 보증하거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는 데다 다른 협상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 간 합의를 상대국의 국내정치적 이유 때문에 뒤집는다는 것이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우리도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의 부실한 검역체계가 쇠고기 논란을 불러온 측면이 있는 만큼 한국민의 불안감을 무조건 근거없다고 외면할 것은 아니라는 미 언론의 지적도 있다. 더구나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우선 수출하는 방안을 1년 전 미 육류업계가 제시했으나 미 정부가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식 접근을 하는 바람에 파동을 자초했다는 보도도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했다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국익인지 미국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이명박 정부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쇠고기 사태는 단순한 교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이 문제가 원만히 수습되지 않을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이고, 한·미 관계에도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미국의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