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분도, 동력도 상실한 총파업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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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노총이 끝내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오늘 총파업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20일 이후 산하 노조별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름값 폭등이 촉발한 화물연대·건설노조의 파업은 생계형이라고 동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총파업 위협은 노동운동과 관계없는 정치투쟁에 불과하다. 대운하 반대 등 촛불집회에 나타난 몇몇 구호들이 총파업의 동력이 돼줄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대다수 국민은 노조의 본분을 망각한 이러한 투쟁에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더욱이 상당수 국민은 촛불의 초심이 변질되는 데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정권퇴진 운동에 대한 비판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총파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파업 추진의 최대 동력으로 삼았던 현대차 노조조차 찬반투표에서 파업 거부를 결정했다. 16일 현재 총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 비율은 44%에 이른다. 반대 표의 의미는 자명하다. 명분 없는 정치투쟁에 반대한다는 뜻이며, 철없는 파업으로 국민에게 소외되기 싫다는 항의 표시다.

작금의 현실은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명분도 없는 정치투쟁을 일삼는 것은 혼란만 부채질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도 노조원이기에 앞서 국민이다. “눈 올 때까지 파업투쟁을 계속하겠다”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뜻인가. 국가가 망하고,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는 누가 만들며,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 파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임금 인상인가? 임금이나 노동 조건이 아니라 정치투쟁이라는 것은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당장 화물연대 등의 파업만 해도 그렇다. 총파업의 동력으로 이용할 생각을 버리고, 하루라도 빨리 사용자 측과 원만한 합의를 보도록 지원하는 게 상급단체의 도리다. 지금 민주노총은 위기 국면에 서 있다. 파업의 대가는 모두에게 고통만 줄 뿐이다. 이런 식의 파업은 누구도 동정해 주지 않는다. 상생의 원리가 무엇인지 앞장서 보여주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