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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문화’동시 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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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우토슈타트의 유리자동차타워에 전시된 승용차가 출고를 위해 옮겨지고 있다. 48m 높이의 타워엔 400대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가 지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인근 출고장(쿤덴센터)으로 옮겨져 고객에게 전달된다. [폴크스바겐 제공]

이달 11일 오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 Stadt)’. 두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토마스 메르히(43)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파란색의 왜건형 파사트 승용차가 도착하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메르히 가족은 이 차를 건네 받기 위해 볼프스부르크에서 340㎞ 떨어진 뒤셀도르프 교외에서 전날 오전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아우토슈타드 관광은 이날 오전까지 계속됐다.

메르히는 “볼 게 너무 많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내일까지 이곳을 관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를 팔기 전에 문화를 판다”는 폴크스바겐식 마케팅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차량 출고장 주변에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고급 세단 조립 공장엔 수시로 문화공연을 개최해 잠재 고객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차 출고장에 들어선 테마파크=폴크스바겐이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볼프스부르크에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를 개장한 것은 2000년 6월. 1994년부터 계획된 이 프로젝트에 폴크스바겐은 4억3000만 유로(약 6900억원)를 쏟아 부었다. 25만㎡ 부지에 들어선 건물 하나하나가 유명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까닭에 테마파크 전체가 거대한 예술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폴크스바겐 그룹에 속해 있는 벤틀리·아우디·람보르기니 등 7개 개별 전시관에선 각 브랜드가 가진 기술과 철학을 예술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도록 유리로 된 48m 높이의 타워에 400여 대의 새 차가 진열돼 있다가 자동판매기처럼 차량이 한 대씩 타워 밖으로 운반돼 주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볼거리다. 관광객들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몰고 직접 11가지 장애물 코스를 운전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선 각종 놀이시설과 어린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자동차 코스 등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테마파크라고 하지만 놀이보다는 환경·안전 등 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주제를 각종 영상과 기구 등을 통해 ‘교육’시키는 데 더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시물에 대한 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마리아 슈나이더 박사는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 아우토슈타트를 만든 것은 아니다”며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편으로 예술과 놀이가 결합된 아우토슈타트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당초 연 100만 명 정도의 관람객을 예상했지만 개장 초 이미 연 23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엔 전 세계에서 300만 명 이상이 아우토슈타트를 찾고 있다.

◇공장이 문화공간=폴크스바겐의 고급 세단 공장도 공장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 세단 페이톤 생산 공장은 외벽이 모두 투명 유리로 돼 있다. 원목 마루가 깔린 작업장에서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소음을 대폭 줄인 첨단 기계장비로 페이톤을 조립한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하루 30대가량의 페이톤이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전 과정을 구경할 수 있고, 직접 일부 부품의 조립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1층 로비에는 별도의 공연장이 마련돼 있어 고객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음악공연을 관람한다.

마틴 니스 대변인은 “자동차 공장이라면 으레 혐오시설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페이톤 유리공장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며 “그런 까닭에 자동차 공장이 유서 깊은 드레스덴 한복판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프스부르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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