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화가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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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찰스 스트리클랜드는 런던 한 증권회사의 평범한 직원이었다.그는어느날 17년간 몸담았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홀로 파리로 향한다.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 그림 을 그리기 위해서다.그는 다시 남태평양 타히티섬으로 떠난다.타히티 원주민들의원시적 건강함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찾은 스트리클랜드는 불후의걸작들을 남긴다.
몸은 『달과 6펜스』에서 예술이 지향할 순수의 방향을 제시한다.여기서 달은 예술창조의 광기(狂氣)를,6펜스는 하찮은 세속생활을 상징한다.『달과 6펜스』의 모델이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라는 것은 정설처럼 돼 있다.
실제로 몸은 고갱에게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갱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직접 타히티에 간 적도 있다.몸의 다른 작품인 『인간의 굴레』에도 고갱을 동경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고갱은 정통화가로 출발하지 않았다.6년간 선원(船員)생활을 거쳐 23세때 파리에서 주식중개회사 직원이 됐다.그사이 인상파화가 피사로와 만난 것이 인연이 돼 그림을 시작했다.35세때인1883년 고갱은 직장을 버리고 전업화가의 길 로 들어섰다.화가로서 고갱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파리화단은 그를 인정하지않았다.문명세계에 실망한 고갱은 타히티로 떠났다.
타히티에서 고갱은 열대의 찬란한 색채와 관능미,그리고 문명에오염되지 않은 원시공동체에 매료됐다.
그후 고갱의 예술세계에서 타히티는 거의 절대적 존재가 됐다.
그의 예술은 부르주아 문명의 물질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항이었다.만년(晩年)의 작품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1897~98년에 그린 대작으로고갱의 예술이 절정에 달한 걸작이다.
이번 대학입학 수능시험 예체능계 수석학생이 현직 약사(藥師)라서 화제다.10년전 그녀는 부모의 뜻에 따라 약대에 진학,졸업후 약사로 일해왔으나 그림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미대에진학하려 한다.그녀에게서 예술가로서 집념의 싹을 본다.늦게나마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이 가상하다.부디 꿈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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