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한빛소프트 인수한 T3 김기영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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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중견 게임업체 T3엔터테인먼트(이하 T3)는 지난달 말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나 큰 ‘게임 명가’ 한빛소프트(지난해 매출 662억원)를 전격 인수했다. 게임 업계가 이를 두고 ‘한빛 쇼크’로 불렀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T3의 뒤에는 중국 대형 게임사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산 게임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런 T3를 이끌고 있는 김기영(37·사진) 대표를 최근 서울 도화동의 한빛소프트 본사에서 만났다. 이날 그는 직원 면접과 회사 재무상태 점검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큰 회사를 맡게 돼 책임감이 생기고 재미도 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 대표는 “외형적으로 이제 T3 가족(T3+한빛)은 게임사 순위에서 6위(지난해 매출 기준 약 1000억원)의 회사로 발돋움했다”며 “직원도 T3 400명에다 한빛 400여 명을 합쳐 8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빛 인수는 추진 2주 만에, 실사 하루 만에 초스피드로 이뤄졌다”며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의 인품을 믿었고,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중국 게임사 더나인 개입설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T3 인수자금을 놓고 더나인 투자설이 나온 것은 오해를 넘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더나인이 G10(T3의 지주회사)에 10%를 투자한 것은 한국 게임사를 인수하려는 취지가 아니다”며 “더나인은 T3에 되레 ‘9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한빛소프트를 왜 인수하느냐’며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댄스 게임인 오디션은 한 해 60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T3의 킬러 타이틀이다. 김 대표는 “오디션을 만들 때 운영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고, 개발한 뒤에도 엔씨소프트·엠게임·한게임·CJ인터넷 등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당했다”며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는 “이제 한국 게임은 글로벌로 가야 한다”며 “또 한국 게임 업계도 인수합병(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몸집을 만들어 블리자드나 EA 같은 세계 최고 게임사와 당당히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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