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희망 이야기] 희망 지킴이 천사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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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집 짓기의 첫 삽을 뜬 자원봉사자들은 "작은 일이지만 보람은 크다"고 말했다.

2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 야산 기슭. 20~40대 남자 6명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잡목과 가시덤불을 걷어내며 땅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 회원들이 '누구나 집'을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풀뿌리 시민천사' 2125명으로 구성된 천사운동본부(www.hope1004.org)는 지난 1일 동두천시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첫 삽을 떴다.

누구나 집은 말 그대로 집 없는 이웃은 누구나 무상으로 입주해 살 수 있다.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등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복지 시민운동인 셈이다. 천사운동본부는 최근 한 독지가에게서 기증받은 땅 200평의 활용방안을 궁리하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백두원(32)사무국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족공동체 공간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고 꾸려가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회복지 문화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성금을 모으고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건축자재를 마련하고 있다. 집 짓기도 회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 벽돌 하나 하나를 쌓아나갈 작정이다.

누구나 집 제1호는 지상 2층.연면적 60평 규모로 방 4개, 화장실 2개, 거실 등을 갖추고 5월 중순 완공될 예정이다. 첫 입주자는 동두천에 사는 어려운 이웃 중 몇명을 선정한 뒤 한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들은 2~4년간 이곳에 기거하며 자활 토대를 마련한 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공지태(孔池泰.48)천사운동본부장은 "입주자들에게 경제적 지원과 자활을 위한 경제교육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앞으로 2~3년간 동두천 시내에 모두 10동의 집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동두천 시민에게 혜택을 주되 앞으로는 인근 지역 주민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다.

2002년 3월 21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천사운동본부는 매달 회원당 1만원씩 회비를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해 10월 4일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천사데이 선포식을 하고 천사마라톤 대회도 열었다. 이때 마련한 수익금 3000여만원은 최근 새삶을 얻은 김경하(16)양(본지 3월 20일자 1면) 등 백혈병 환자 3명에게 치료비로 전달했다.

10월 4일 '제2회 천사데이'에는 가수와 연예인이 참여하는 초대형 천사콘서트를 여는 등 이웃 사랑의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천사운동본부 측은 기업.사회공익재단.문화재단 등을 대상으로 올해 행사를 함께 개최할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031-862-7004.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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