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새 大入제도가 정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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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대학입시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선 몇가지 중요한 과제들이 있다.
우선 학부모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여기저기에서 대학입시 개혁에 대해 『또 바뀌는구나』하는 시큰둥한 반응이나 자포자기하는 듯한 학부모들의 반응이 들린다.심지어 수능 과외나 논술 과외만 잘 준비하면 될 것이라는 과외에 대한 강한 집착마저 드러난다.이것은 자주 바뀌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거나 그동안 느껴왔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그러나 바람직하게 방향을 잡은 교육개혁의 속도가 늦추어지지 않기 위해선 학부모들의 냉담한 반응을 가라앉힐 수 있는 작업이 강화돼야 한다. 새로 도입되는 복수지원제 역시 고려할 점이 많다.특차전형에서 합격한 경우 2중등록이 금지되는 것은 다분히 대학의 행정적 편의만 고려한 조치로 이는 교육소비자인 수험생들의 대학응시권리를 제한한다.실질적인 복수지원은 수험생들이 여러 대학에 여러번 응시할 수 있고 여러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최종적으론 자기가 원하는 하나의 대학에 등록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서구 유명대학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대학등록률은 40% 미만을 밑돌고 있다.나머지 일은 대 학의 경영력으로 처리할일이다. 당장 수시모집을 선용할 수 있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일류 지향적인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감이나 대학 특유의 열등감 때문에 수시모집을 최대한 악용할 소지도 있다.다수 신입생의 자퇴나 일부대학의 수시 추가모집 악용을 최소화하려면 차라리 수험생들에게 복수지원.복수응시.복수합격 기회와 원하는 학과에 단수등록이라는 실질적인 복수지원체제를 채택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또 대학이 책임지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입학선발 자율화의대가로 대학의 할 일이 참 많아졌다.무엇보다 학생선발을 위해 활용하는 각종 전형도구들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최적의 도구임을 과학적으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유공자 자손이나 효행자 선발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눈길이 다이런 연유에 기인한다.어느 대학의 게으름이나 설익은 실험정신 때문에 모든 대학이 한꺼번에 곤욕을 치르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입시업무에 있어 공정성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 으려면 그 길밖에 없다.이를 위해선 대학의 책무성에 대한 집요한 평가와 그에 따른 차등지원이 국가차원에서 강화돼야 한다.
대학이 새 입학제도를 정착시키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것은 신입생교육에 대한 질을 향상해야 한다.신입생의 등록금으로대학발전의 계획을 짜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학의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이제부터 입시업무를 365일 체제로 바꿔야 하고 학과단위별 입시업무를 체계화해야 한다.대학은학과중심으로 학생선발 전형도구를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동시에기업의 신입사원 선발추세와도 견주면서 새로운 학생선발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풀어야 한다.지금까지 대학입학제도에서 한번도 건드려보지 못한 것이 바로 대학정원령이다.그러나 이것은 대학발전의 열쇠와 같다.
대학의 정원규제로 수도권 인구를 정비할 수 있다든 가,혹은 대학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대학이 정원령에 묶여 있으니 특차전형,특별전형,그리고 일반전형 같은 식으로 구차한 학생선발 전형종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대학 정원을 악용하는 대학이 있다면 그 대학 총장은 당장 학교시설 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학내시위로자리에 오래 버티고 있지 못할 것이다.
요즘은 정원이 한명 늘어날수록 한 학생의 등록금보다 더 많은돈을 투자해야 되는 때다.대학발전의 족쇄와 같았던 대학정원령이풀리면 각대학은 지금과 전혀 다른 식의 학생선발방식과 아울러 대학교육의 질적 발전을 이뤄낼 것이다.
(연세 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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