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29) 서울 양천을 열린우리당 김낙순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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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심판 받는 과정이 선거라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경쟁자가 아니라 바로 ‘민의’(民意)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 양천을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김낙순(47) 전 서울시 의원은 17대 총선은 자신이 ‘민의’를 얻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장담했다.

김 후보가 출마하는 양천을은 호남 출신 인구가 30%에 달한다. 서울에서 관악·강북 등과 더불어 민주당의 전략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 김영배 전 민주당 의원이 내리 6선을 기록하며 20여 년 동안 말 그대로 민주당의 아성이었다. 그런데 선거법 위반으로 그가 도중하차하며 치러진 지난해 4·13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가 민주당 양재호 후보를 누르고 처음으로 한나라당 깃발을 꽂았다. 당시 김 후보는 지구장에서 민주당 후보로 뽑혔지만 60%에 달하는 호남·충청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느라 후보 자리를 양 후보에게 양보했었다. 김 후보는 충남 천안 출신.

“1000여 명의 지구당 대의원이 참여한 후보선거위원회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지만, 중앙당 결정에 따라 양재호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어요. 무소속으로 나오지 않고 양 후보의 선거를 도왔는데, 그만 패하고 말았죠. 지난 1년 동안 설욕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김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건 이 지역 터줏대감이었던 김영배 전 의원과의 인연 때문이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정치규제를 당하던 김 전 의원이 85년 12대 총선에 입후보했을 때 그를 도우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

“신한민주당 연수부장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해 통일민주당 경리부장, 평민당 대통령선거 국민참여본부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양천을 지구당에선 지구당 사무국장, 조직부장, 상임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지역 활동가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2번에 걸쳐 서울시 의원을 지낸 것도 좋은 경험이었구요.”

김 후보는 ‘민의’야말로 모든 정치 행위의 근간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는 ‘민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대 야당의 정치적 횡포였다고 비판했다.

“야당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탄핵을 강행했습니다. 어떤 변명을 하든 당리당략에 의한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참여정부 1년은 과거 정부 때와 달리 철저히 ‘민의’에 따라 국정 운영의 틀을 변화시켜나간 과도기입니다. 당장의 이런저런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4년 후 국민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 김낙순 후보는 지역구인 서울 양천을의 핵심 현안으로 역세권 개발을 꼽았다. 이곳에 두 개의 역사가 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역세권 개발이 미흡하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등원하면 최근 상업 지역으로 확정된 신정 역세권 개발과 지역 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그는 최근 탄핵 정국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오히려 남은 기간 동안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당제 하에서 어느 한 당이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는 건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참신하고 개혁적인 주장을 하고 있지만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변하게 마련이죠. 지금까지 우리 역사가 그랬지 않습니까?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의석수의 황금비율을 만들어 줄 겁니다.”

그는 등원하면 통외통위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대변자로서 재외 동포 문제도 적극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북한 인구 8%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에서, 재외 동포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교민들이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았다.

김 후보는 40대에 정치를 제대로 해 볼 요량으로 고려대 정책대학원에 다녔다. 그는 “불혹을 넘겨 20대 젊은이들과 학교생활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 놓았다. “강의실로 향하는 복도나 계단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이 교수로 착각하고 인사할 때 난감하기도 했다”는 그는 그러나 “그 시절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교육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지금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간의 낮은 신뢰를 회복하는 겁니다. 대학입시의 경우 전형의 틀을 다양화·다각화해 개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돼요. 프랑스는 대학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려운데, 우리도 이런 제도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 의회에 민의를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예비 정치지도자로서 민의에 매몰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는 그의 저서 ‘국가경영’에서 민의가 주도하는 이 시대엔 유행이 지도자를 삼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말은 민의를 먹고 사는 지도자가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이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소신있는 정치인이 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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