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의 ㅋㅋㅋ <2> 또 사고 쳤네 … 슈바니를 누가 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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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바인슈타이거<左>가 경기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크로아티아 수비수 레코를 때리고 있다. [클라겐푸르트(오스트리아) AFP=연합뉴스]

독일 축구대표팀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24). 우리는 그냥 슈바니라고 부른다. 오~~~~! 슈바니!!!!

13일 크로아티아전 후반에 교체로 들어온 슈바니가 일을 저질렀다. 전부터 가끔 사고를 치던 친구라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아무리 자기를 괴롭혀도 그렇지. 예르코 레코(크로아티아 수비수)를 미는 척하고 주먹으로 때렸으니. 눈을 부릅뜨고 달려온 주심에게 레드카드(퇴장)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거다. 슈바니 이 친구는 6년 전 18세의 나이로 바이에른 뮌헨의 프로선수가 됐다. 꿈 같은 일이다. 독일 선수 같지 않은 드리블 솜씨와 일대일 실력. 정말 일품이다. 그런데 사고 치는 솜씨는 드리블 기술보다 더 재밌고 환상적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프로선수가 된 슈바니는 라커를 출입할 수 있는 카드키를 받았다. 축구선수에게 바이에른 뮌헨 선수가 되는 것은 사법시험을 패스하는 것보다, 박사학위를 받는 것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 더 부럽고 멋있는 일이다.

진짜로 아무리 으스대고 폼을 잡아도 욕할 사람이 없다. 진짜다.

살짝 흥분한 18세 슈바니가 자랑스러운 자기 라커를 보여주려고 한밤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들어갔다. 듣기만 해도 으리으리한 이름들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자신의 캐비닛을 둘러보면서 진짜로 좋았을 거다! 여자 친구는 또 얼마나 황홀했을까!

와우~~~! 와우~~~! 감탄사를 연발했을 게 뻔하다.

가슴 뿌듯한 우리의 슈바니, 밤중에 라커에 들어간 것만도 팀의 안전을 해치는 엄청난 사고에 해당하는 건데, 라커 투어를 마친 이 커플은 선수단 욕조에 따끈따끈한 물을 넘치도록 받았다. 최고급 호텔의 실내풀장보다 더 럭셔리한 선수단 욕조에서 여자 친구와 파티를 한 것이다.

ㅋㅋㅋ.

믿어지지 않지만 며칠 뒤 독일 신문에는 ‘샴페인까지 터뜨려 가며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고 나왔으니. 한밤중에 훤하게 불이 켜진 라커를 보고 잔뜩 긴장해 쫓아온 경비 아저씨가 이 광경을 보고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하하핫!!!!!

신문들은 신이 났다. 젊은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분데스리가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끝없이 터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걸린 귀여운 사고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대중지들이 독자들을 더 크게 웃게 해주려고 붙여넣었는지는 모르지만 샴페인까지 따라놓고 수영복 차림으로 놀고 있는 슈바니 커플의 삽화가 실렸다. 상상만 해도 너무 재밌다.

우리 슈바니, 멋져!!!

여하튼 우리의 슈바니는 온 독일을 죽도록 웃게 만들어 주고는 자신은 벌금을 크게 물어야 했다. 고맙게도 슈바니의 사고 덕에 수백㎞나 떨어진 우리팀 라커에서도 동료들은 신문을 펼쳐들고 진짜로 신나게 웃었다. 그래도 슈바니는 벌금을 물면서 투덜거렸을 거다. 내가 뭐 벌금을 물 만큼 잘못했느냐고!!!

팬들은 운동장에서 뛰는 우리를 어른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담스럽고 재미없다. 우리는 같은 연령의 친구들보다도 살짝 어린 즐거운 인생들이다. 가끔은 사고도 칠 수 있는….

차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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