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관훈토론 질의응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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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기조연설후 약 1시간30분 동안 자신의 시국.종교.인생관등을 밝히는 토론회를 가졌다.대표질문자로는이은윤(李殷允) 중앙일보 전문위원.황소웅(黃昭雄)한국일보 논설위원.오준동(吳俊東)연합통신 논설위원.나형수(羅 亨洙)KBS 해설위원장 등이 나섰다.다음은 일문일답의 요지.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단식을 계속하고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현시국은 국민들에게 법과 정의가 살아 있고 진실은 꼭 밝혀진다는 믿음을 심어 주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전두환씨는 단식을 중지하고 법정에서 자기의 의견을 떳떳하게 말해야 한다.또 최규하씨도 우리의 역사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시 기에 대통령을 맡았던 만큼 당시의 진실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후세의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는 논리는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려는 국민의 의지와 맞지 않는다.』 -「5.18」 당시 광주의 참혹상을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또 93년5월에는 광주시민들에게 처벌보다 용서를 호소했다.역사관이 달라졌는가.
『의도적으로 침묵한 것은 아니다.그러나 80년에는 구체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다.93년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공직자재산공개 등 개혁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때라 광주사태 관련자들의 구속 요구는 엄청난 정치혼란을 부를 수 있었 다.金대통령도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5.18」특별법 등 치적에도 불구하고 金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데.
『문민정부는 우리가 군사독재와 30년 이상 싸우며 얻은 것이다.현정부의 실패는 바로 우리민족의 패배로 이어진다.물론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지만 현재의 개혁정책은 지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 -망국병으로 불리는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대책은. 『한마디로 힘든 문제다.그러나 지역감정이 유신(維新) 이후 불거진 만큼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특히 金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흉금을 터놓고 다시 한번 만나야 한다.』 -지난 10월 연세대 동창회 강연에서 모든 정치인의 공동책임을 추궁했는데 최근에는 청산 자체에 비중을 두는 인상이다.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양자는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일부 비리관련자들이 기소된 만큼 법의 정의로운 집행이 중요하다.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반성이다.』 토론회 동안 金추기경은 민감한 정치문제나 신상문제에 대해서는 특유의 유머로 대처해 10여차례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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