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또 달린다, 쌀겨 마라톤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2004년 8월 아테네 여름 올림픽 여자 마라톤 경기에서 일본의 노구치 미주키 선수가 쌀겨로 만든 마라톤화를 신고 1위로 골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라톤 선수들의 신발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뉴요커들의 패션 집착을 능가한다. 기록을 단축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마라톤 선수들의 핵심 무기는 ‘쌀겨 밑창’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우선 미국 국가대표인 라이언 홀과 디나 캐스터가 이달 말부터 쌀겨 밑창으로 만든 특수 마라톤화를 신고 달릴 계획이다. 8월에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의 마라톤 코스는 습기가 많고, 일부 구간은 대리석을 깐 것처럼 미끄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런 여건으로 인해 가벼우면서도 습기를 잘 흡수하고, 표면 마찰이 큰 쌀겨를 활용한 신발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쌀겨 마라톤화의 과학성은 이미 입증됐다. 일본의 여성 마라토너 노구치 미주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쌀겨 마라톤화를 신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경기 전날 운동화를 머리맡에 두고 잤으며, 결승 지점을 통과한 뒤 신발을 벗어 입맞춤하기도 했다.

노구치는 베이징 올림픽에선 기존의 쌀겨 마라톤화를 한층 개량한 ‘마법의 신발’을 신고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 신발을 개발한 미무라 히토시를 ‘신발의 신’이라고 불렀다. 마라톤 선수 출신인 미무라는 41년간 일본 스포츠 용품업체인 아식스에서 마라톤화를 개발해 왔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다카하시 나오코도 미무라가 만든 신발을 신고 뛰었다.

미무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쌀겨 마라톤화를 개발했다. 겨울철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설계된 타이어의 원리를 차용했다. 그는 선수 개인에게 맞는 마라톤화를 개발하기 위해 3차원 컴퓨터 영상을 활용해 1년에 4~5차례 선수의 발 13군데를 측정한다. 그가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쌀겨 마라톤화의 무게는 109g으로 일반 조깅화보다 3배 정도 가볍다. 또 발을 내디딜 때 먼지가 날리지 않고, 신발 내부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됐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