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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한·중 FTA의 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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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양국은 2005년부터 2년간 FTA에 대한 민간 공동연구를 해왔으며 지금은 과거 1년 동안 진행한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의 마지막 회의를 베이징(北京)에서 열고 있다. 이 공동연구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 포괄 범위, 산업별 영향 분석, 민감 품목 보호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으며 연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중국은 한국과 FTA 체결에 매우 적극적이나 우리는 소극적이다. FTA의 효과는 사실 예측이 매우 어렵다.

다만 한·중 간 무역구조를 고려해보면 중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수산물 분야의 일차적 피해가 명확하게 예상되므로 한국은 계속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FTA 추진은 무역 및 기타 경제적 이익의 추구가 일차적 목적이지만 생존과 번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전략적 요소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적인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활용한 FTA를 통해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및 발전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중간 기술이나 경영관리 노하우를 습득해 자국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국내 산업경쟁력을 제고시키고자 한다. 정치·경제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제도의 도입보다 한국식 발전모델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또 한·중 FTA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킴으로써 역내에 있는 다른 나라들이 한·중 중심의 경제협력체로 쏠리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양국 간 경제교류 협력의 긴밀화와 그것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절대적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한·중 간 경제교류 협력은 이미 FTA의 틀 없이도 확대되고 있으며 경제적 상호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우선 중국은 한·중 FTA의 체결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증대시키면서 기존의 한반도 영향력을 활용해 남·북·중 3국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주변국이면서 동시에 미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과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정적 주변 환경의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한국과의 FTA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중국의 한·중 FTA 추진은 한·미 FTA에 대한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한·미 FTA를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경제적 유대 강화를 통해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상쇄하려는 의도도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한·중 FTA를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한·중 FTA를 통해 한반도에서 강화된 발언권을 바탕으로 동북아, 더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협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중국의 이 같은 전략적 접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 것인가. 여기에도 당연히 찬반이 존재한다. 찬성 쪽은 이 추세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한·미, 한·EU FTA를 잇는 FTA 허브를 적극적으로 실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은 일차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뻔히 예견되는 가운데 안전장치도 없이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한다.

이제 한·중 FTA에 관한 타당성 보고서가 나오면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세계화 속에서 FTA는 어차피 전략적 선택이다. 모든 시장경제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대국민 설득이며 소통이다. 일단 한국은 추진 중인 다른 FTA 협상 과정에서의 주도면밀한 논의 과정을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 쇠고기 협상 파동과 한·미 FTA를 생각하면서 지혜를 모으자.

강준영 한국외대·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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