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몰아서 한꺼번에” 몰리는 수백만 인파…몰링 손님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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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문선정(28·여)씨 부부는 이른바 ‘몰(mall)족’이다. 여가를 대형 쇼핑몰에서 보내는 일이 잦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 부부는 지난 주말에도 지하철을 타고 용산에 있는 현대아이파크몰을 찾았다. 이들이 즐겨 가는 곳은 4층 이벤트파크. 오후 1시 마침 댄스공연이 열렸다. 부부는 여기서 한 시간가량을 보낸 뒤 7층 하늘공원으로 갔다. 문씨는 “여기서도 탁 트인 야외를 즐길 수 있다”며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니 골프를 즐기고, 스포츠·전자매장도 둘러봤다. 쇼핑을 마친 뒤에는 영화를 본 뒤 식사를 했다. 부부는 지하 식품매장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몰링(malling)이 뜬다=치솟는 기름값에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때다.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여가를 원스톱으로 즐기는 몰족(族)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몰의 매출은 자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에 따르면 2006년 주말 고객은 17만 명 정도였으나 지난해는 56만 명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70만 명을 예상한다. 아이파크 측은 하루 6만여 명이 4시간 이상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도 하루 방문자 10만 중 3만 명 정도를 몰족으로 보고 있다.

몰족이 느는 이유는 뭘까. ‘귀차니즘’의 반영일까, 새로운 트렌드일까.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 늘 시간에 쫓긴다”며 “몰링이 가족 모두가 즐기는 새로운 소비문화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주로 물건을 사지만 몰에선 문화를 즐긴다. 몰에는 영화관·우주체험관·e스포츠경기장·공연장이 있다. 백화점 고객은 40~50대 여성이 주류인 반면 몰에선 10~40대 남녀가 함께 즐긴다. 몰을 찾는 고객도 커플 중심에서 가족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직장인 양성현(34)씨는 “두 살 된 딸을 데리고 아내와 몰을 자주 찾는다”며 “문화센터에서 아이와 음악을 듣고 춤도 춘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몰은 가까운 놀이공원이자 문화센터인 셈이다.  

◇사람 몰리니 돈도 몰려=몰족의 구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아이파크몰은 최근 2년간 매출이 연간 30%씩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국에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CGV는 “아이파크몰 상영관이 전국 매출 1위”라고 밝혔다. 이 몰의 이마트 역시 장사가 잘 된다. 매출 규모는 전국 4위지만 손님당 매출액은 가장 많다고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파크델리의 김상구 점장은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아이파크몰의 이택근 대리는 “스포츠 의류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엑스몰에 입점한 점포들도 비슷하다. 몰 운영팀의 김원식 차장은 “임대 매장 재계약률이 95%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곳의 의류매장 엔터식스의 한 관계자는 “다른 매장보다 매출 신장률이 높다”고 말했다.

복합몰들은 몰족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을 펼친다. 아이파크몰은 올 들어 몰투어(mall-tour)를 실시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예약 고객들을 대상으로 갤러리·서적코너·e스포츠경기장 등 주요 매장을 안내하는 행사다. 코엑스몰은 고객들에게 ‘코몰족’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매달 이들을 대상으로 노래짱·댄스짱 선발대회를 열기도 한다.

이봉석 기자, 김희영 객원기자

◇몰(mall)족=대형 몰에서 장시간 머물며 쇼핑·식사·영화·엔터테인먼트 등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정확한 영어 표기는 mall-goer다. 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몰링(malling)이라고 한다. 초대형 복합몰 문화는 미국에서 건너왔다. 1992년 개장한 미네소타주의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는 넓이가 23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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