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화제작 2편 개봉-"리허설""돈을 갖고 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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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비자금 정국으로 극장가도 썰렁하다.영화보다 재미있는 정치때문에 관객수가 예년보다 훨씬 적다.특히 국산영화의 경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10만명을 돌파했을뿐 이렇다 할 영화가 없다.이런 가운데 오늘 괜찮게 만든 국산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돼 눈길을 끈다.본격 섹스영화의 기치를 내걸고 제작된 『리허설』(사진)과 정치 비자금을 소재로 한 코미디 『돈을 갖고 튀어라』(사진)가 그것.
『돈을…』는 촬영이 진행중일때 비자금사건이 터져 주목을 끈 영화.위기에 몰린 전 집권세력이 검찰 수사를 피해 돈세탁하는 과정에서 100억원이 건달의 계좌로 입금되면서 얘기가 전개된다.전 집권세력의 수뇌로 군대문화에 향수를 가진 돈 키호테 같은인물이 설정되는등 현재의 비자금 파문과 흡사한 점이 많다.
예비군 동원훈련을 해주고 일당을 챙기는 건달 천달수(박중훈)는 살롱 여종업원 은지(정선경)와 함께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갔다가 통장에 100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서 3억원을 인출해 달아난다.전 집권세력이 고용한 전문 킬러 장하사(명계남)와 부하 뱁새(김승우)가 이들을 추적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해프닝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영화에서 촬영에 사용한 돈은 현금 5,000여만원과 컬러복사한 모조돈 13억원.100억원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화면에서는 1만원권 지폐가 눈송이처럼 쏟아진다.김상진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노태우씨 비자금 5,000억원이 어느 정도 분량일까를 비로소 가늠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흥행의 귀재 강우석 감독밑에서 5년간 조감독으로 일한 김감독의 발랄한 감각을 엿볼수 있는 깔끔한 소품이다.
『리허설』은 「고품격 섹스영화」를 표방하고 나서 제작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끌었던 작품.남녀간의 사랑에 도사린 육체적 중독성을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로 구성했다.
사채업자의 해결사로 일하는 건달 민수(최민수)와 3류 연극배우 승혜(박영선)는 단 한번의 관계로 서로에게 중독된다.그러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이때까지 섹스는 그들의 사랑을 교환하는 채널처럼 보인다.그러나 승혜가 배우로 유 명세를 타면서 이들의 관계는 금이 가고 섹스는 육체적 중독증상으로 제시된다.강정수 감독은 『누구나 꿈꾸어 봤음직한 남녀간 사랑의 실체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끝없이 파열하는 록 뮤직,블루에서 화이트로 휘발되는 색조,그리고 나른하게 가라앉은 침실 같은 영상 분위기등을 통해 극한까지 달려가는 성의 이미지를 그려내려 한다.그러나 우여곡절끝에 두 남녀가 순정한 사랑으로 회귀하는 식으로 마지막을 처리하는 바람에 영화전체의 이미지가 약화되는 느낌.정사신보다 최민수의 액션연기가 더 인상적이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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