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5.18선고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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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는 15일 5.18관련자 불기소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사건이 청구인들의 소(訴)취하로 인해 14일자로종료됐다고 선고했다.선고결과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헌재(憲裁)가 장문(長文)의 결정문까지 발표한 것은 의 외의 일이다.
그러나 헌재의 이와같은 선고는 내용이나 방법면에서 몇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결정문내용이 전혀 의미가 없어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선고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이미 검찰의 재수사가 한창인 사건에 대해 구속력이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소수의견을 통해 『검찰의 성공한 쿠데타 처벌불가론이 잘못이라는데 재판관 들의 의견이모아졌었다』고 밝히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가 어떠했는가를 뒤늦게 세상에 알려 실추된 헌재의명예를 다소나마 회복해보자는 뜻인가.
둘째,헌재가 반대의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 전후사정이나 내용으로 보아 지나치게 작위적(作爲的)이고 편법이란 점이다.소수의견이란 형식을 통해 헌재 재판관의 다수의견을 굳이 밝히고자했으면 5.18특별법의 가장 큰 쟁점인 이 사건 의 공소시효나소급입법 여부에 대한 분명한 견해도 포함시키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이 부분이 헌법소원사건의 본질은 아니었지만 헌재가 이처럼편법을 쓸바에야 특별법 제정방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의견을 밝혀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왜냐하면 위헌시비 속에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헌재의 위헌여부 판단과정을 필연적으로거치게 돼 또 다시 엄청난 국력의 낭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주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이 사건 평의(評議)내용 사전누설에 대한 헌재의 입장과 재발방지대책을 먼저 밝히는게 순서였다.최고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실추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이에 대해 한마디 반성도 없다는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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