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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암벽등반…극한을 오르는 '짜릿한 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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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인수봉. 표고 810m에 암벽이 노출된 부분만 250여m. 암벽등반 장소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거대한 바위절벽이다.

그 정상에 선 기자의 기분은 가슴 찡한 희열이었다. 거대한 바위의 정기, 모든 게 아스라이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장쾌함, 그리고 온몸의 땀을 단번에 씻어가버리는 시원한 바람. 이 맛인가 보다. 동행했던 서울산악연맹 구조대 사람들의 "바위는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쉽게 놓아주지도 않는다"던 얘기를 단 한번의 체험 등반에서 실감했다면 믿어줄까.

어쨌거나 첫 도전은 성공이었다.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기자를 암벽 꼭대기까지 이끌어줄 네 동행자와 만났다. 모두 인명구조 자원봉사를 하는 '프로'들이다. 50여개의 코스 중 한두 곳을 가보기로 했다. 경사가 80도쯤 돼보이는 까마득한 직벽으로 시작됐다.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막상 바위 앞에 서니 흔들렸다. "지금 안 오르면 평생 후회한다"는 서우석(40) 부(副)대장의 말에 힘을 냈다.

먼저 거미처럼 올라간 장경관(25)씨가 내려준 로프를 몸에 걸고 오르기 시작했다. 담배 한 개비 굵기의 크랙(바위틈)에 손가락을 걸고 발버둥치며 오른 첫 피치(피치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지점과 지점 사이의 구간을 말한다). 20m가 약간 넘는 그 거리가 우이동에서 인수봉 바위 앞까지의 3㎞ 산행보다 더 힘들었다.

다음 피치부터는 더 가팔랐다. 오버행(수직 이상의 경사를 가진 부분)도 있었다. 안전을 위해 등강기를 달고 올라갔다. 저절로 로프가 잡아당겨져 오르기 쉽게 도와주는 장비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정상을 만났다. 미숙함 때문에 손톱이 좀 갈라지고 왼쪽 무릎이 까졌지만 정상에서의 감회는 그 모든 걸 보상해주었다.

정상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조그만 인형공장을 한다는 김영현(47.서울 옥수동)씨 부부는 "둘이 합쳐 25㎏을 줄였다. 암벽 등반을 한 뒤부터 부부의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4년 전 살을 빼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준프로급이 됐다고 한다. 부인 오은정(43)씨는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기본만 잘 익혀놓으면 절대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암벽 매니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성진(38.경기도 안양시)씨는 "속세의 찌든 때가 한번에 날아가요. 한 달에 한두번쯤 바위에 오르지요"라며 권했다.

암벽등반은 온몸을 쓰는 운동이다. 특히 복근을 많이 써 복부 비만에 좋다. 서우석 부대장은 "담력과 집중력.침착성을 기르고 자연과 접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자랑했다. 바로 옆 백운대를 오르던 등산객들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글.사진=성호준 기자

*** 기초과정 일주일 정도 잡아야

암벽등반은 위험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한편의 정복 드라마다.

필수조건은 '절대 안전'이다. 충분한 사전 교육과 장비 점검이 필요하다.

교육은 등산학교나 인공암벽장에서 실시하는 등반 교육,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는 테크닉 등을 익히는 것이다. 인공암벽 교육이나 등산학교에서 그 기초를 배울 수 있다. 주말 과정이나 일주일 집중코스 정도면 암벽등반을 시작할 수 있다.

등반 전에는 장비와 도구를 확실히 점검한다. 특히 로프는 추락해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 로프의 저항이 몸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얼마간 늘어나는 것을 이용해야 한다.

바위와 오랫동안 마찰하면 로프가 끊어질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점검하고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헬멧도 중요하다. 조그만 돌 하나라도 머리에 맞으면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특히 낙석이 많이 생기는 봄철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충실히 준비하면 암벽등반은 '안전한 모험'이다.

서울산악연맹 측은 "안전장비 이외에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식량과 통신수단, 따뜻한 방수옷 등을 갖추라"고 충고했다. 또 "첫 등반은 반드시 경험자와 함께하라"고 권한다.

암벽등반은 밤에 하는 '야(夜)바위', 얼음을 오르는 '빙폭 등반', 바다를 낀 '해벽 등반', 맨손으로 오르는 '자유등반' 등으로 갈라진다. 인수봉과 도봉산 선인봉, 전북의 선운산 등이 국내의 대표적인 암벽등반 코스다. 인공암벽도 전국에 50여곳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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