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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쟁광으로 기억될까 후회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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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람들 기억 속에 호전적인 전쟁광으로 남을 것 같아 후회스럽다.”

임기가 반 년여밖에 안 남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본인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견해도 털어놨다.

부시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좀 다른 수사적 표현을 쓰고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이라크전쟁을 두고 벌어진 국민 분열과 국제사회의 오해가 줄어들었을 것”이라 말했다. 또 본인이 자주 사용한 ‘한판 붙자(bring them on)’와 같은 발언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 때문에 비평화주의자라는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반성했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죽이든 살리든(dead or alive) 잡아내라”고 말한 것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이들을 이라크 등 위험한 전쟁터로 보낸 것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투병 가족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들을 위로할 의무가 있었다.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가족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도 나의 책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데 대해선 “그가 대선 후보가 된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답했다. 흑인을 민주당 후보로 선정한 미국 사회의 개방성과 진보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오바마가 내세운 공약과 관련해선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국이 체결하거나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적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저지하겠다는 오바마 후보의 공약에 대해 유럽과 다른 국가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며 각국에서 보호주의나 경제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도 “오바마 후보의 공약이 이란의 핵 야욕에 대해 힘을 합쳐 대응했던 서방 국가들의 단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 의원에 대해선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매케인 후보가 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매케인 후보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독립적인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부시는 후임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석유 의존도 탈피와 같은 21세기의 과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가’를 꼽았다. 그는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21세기의 온갖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며 “향후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 실천을 위해 중국과 인도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후임 미국 대통령이 맡아야 할 대표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대통령, 부시에 독설=유럽을 순방 중인 부시 대통령은 11일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문제 해결과 관련,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며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의 정상회의에서도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더 강한 대이란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부시를 ‘사악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이 사악한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했고 다음엔 이라크로 옮겼으며 이제 이란이 세 번째 목표물이라 말한다”며 “신께 감사하게도 미국은 이란의 영토를 단 1㎝도 흠집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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