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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때 주가 뛰는 기업은 팔린 곳보다 사들인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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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큰 회사에 인수합병(M&A)된다는 소문이 돌면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제일화재·교보증권 등이 이런 이유로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피인수 기업보다 해당 회사를 인수한 기업의 주가 전망이 더 밝다는 조사가 나왔다.

2004년 이후 국내에선 41개사가 58개 기업을 인수했다. 대우증권이 11일 타 기업을 인수한 회사의 주가와 코스피지수 변화를 비교했더니 M&A에 나선 기업 쪽이 월등한 성적을 냈다. 개별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주가가 800% 넘게 올랐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300% 상승에 그쳤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산업도 비슷하다. 금호산업은 1년 반 동안 30% 가까이 올랐지만 대우건설은 외려 16% 넘게 떨어졌다.

보유 자금이 넉넉한 회사가 현금을 그대로 쌓아둘 경우 이듬해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주가엔 당연히 악재다. 반면 다른 기업을 인수해 돈을 투자하면 ROE가 올라가고 주가도 같이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3년간 공격적으로 M&A에 나섰던 STX·금호·두산 그룹이 대표적이다. STX 그룹은 2005년 18.7%였던 ROE가 지난해 23.3%로 올라갔다. 두산도 같은 기간 8.6%에서 12.5%가 됐다. 이들 그룹은 주가도 전체 상장사 평균에 비해 많이 뛰었다.

미국 신용위기 여파로 다국적 기업의 M&A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정부·은행이 보유 지분을 내다 팔 계획인 주요 기업 8개사의 매각 규모만 28조원이다. 공기업 민영화까지 진행될 경우 M&A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피인수 기업보다 인수 여력이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적대적 M&A 방어 차원에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해지면서 공격 대상이 될 만한 회사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다른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STX팬오션·현대미포조선·에스원 등을 꼽았다. 이원선 수석연구위원은 “피인수 기업 주가의 단기 급등을 노리기보다 인수 기업의 장기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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